뮤지컬로 다시 태어나는 마르크스 자본론

중앙일보

입력

사회주의 이념의 바이블로 통하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중국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중국의 헤냔이란 연출가가 자본론에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라스베이거스 쇼의 흥행 요소를 가미해 뮤지컬로 제작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 보도했다. 헤냔은 "우리가 택한 특별한 공연 스타일은 중요하지 않다. 마르크스의 이론이 왜곡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뮤지컬 작품이 원작의 지적 함의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유명한 상하이 복단대학의 경제학 교수를 뮤지컬 제작에 참여시키고 있다.

내년에 베이징에서 무대에 올려질 예정인 이 작품은 한 공장 노동자들의 의식화 과정을 다룬다. 사장이 자신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사실과 잉여가치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깨닫게 된 노동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저항에 나선다는 얘기다. 어떤 이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어떤 이들은 파업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생산라인을 떠나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획일화된 의식화 과정을 보여주기 보다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삶을 극적 요소로 살려낸다.

이번이 자본론을 극장 무대에 올리는 첫 케이스는 아니다. 자본론은 1930년대 이미 일본에서 연극으로 공연된 바 있다. 2007년에도 독일에서 자본론을 바탕으로 한 연극이 무대에 올랐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에 쓰여진 자본론이 지금와서 뮤지컬로 까지 만들어지는 것은 최근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마르크스의 고전을 찾는 독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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