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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에 특목고 수준 자율성 줘 학력차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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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올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합격한 외국어고(외고) 출신 학생들은 고1 때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2006년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외고 가면 대학 가는 데 불리해진다”고 경고한 것이다. 3년이 지난 뒤 결과는 딴판으로 나왔다. 외고 출신 학생의 상위권대 합격자 수가 급증한 것이다. 대원외고, 한영외고, 명덕외고, 전주상산고, 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에서는 고3 학생의 절반 이상이 3개 대에 합격했다. 반면 서울 강남지역 일부 일반계고를 제외하면 전국 대부분 고교는 합격자 배출 수가 크게 떨어진다. 서울 일반계고 가운데 세화고와 경기고가 졸업생의 20%를 3개 대에 합격시켰을 뿐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일반고 교사들은 “위기감을 느낀다”는 반응이었다. 서울 D고 진학담당 박모 교사는 “특목고는 ‘엘리트교’, 일반고는 ‘마이너리그교’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며 “학생·교사의 사기를 높일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문일고 김혜남 교사는 “학교 간, 지역 간 학력차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고도 선택과 집중 필요=교육 전문가들은 학력 격차를 줄이려면 일반고도 특성화와 자율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가진 혜택을 일반고에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개별 일반고의 강점을 살려 주고, 특목고처럼 교과과정에 자율성을 줘 일반고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자는 지적이다.

고려대 홍후조(교육학) 교수는 “특목고·자사고는 우수 학생들이 모여 있기도 하지만 ‘선택과 집중’ 학습을 하기 때문에 학업성취도가 높다”며 “두리뭉수리하게 가르치는 일부 일반고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고가 규모에 맞게 각자 특성화된 교과 과정을 도입해 개별 약진해야 특목고·자사고와의 학력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구정고 유영국 교장은 “모든 걸 다 가르치려는 백화점식 학교로는 더 이상 경쟁할 수 없다”며 “우선 일반고의 30% 정도만 특성화·자율화해도 전체 일반고의 분위기가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문여고 이건엽 교사도 “일반고에 자율성을 주지 않고 입시경쟁을 하라는 것은 발을 묶어놓고 달리기를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교과과정의 자율성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고의 수준별 수업을 강화해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일반고에서 미적분을 푸는 학생과 방정식조차 풀지 못하는 학생들이 함께 수업받는 시스템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앙대 이성호(교육학) 교수는 “특목고는 학생 수준이 비슷하기 때문에 방과 후 수업의 효율성이 높다”며 “일반고는 아예 수준별 반 편성을 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의식 변화도 중요하다. 중앙대 강태중(교육학) 교수는 “제도 변경만으로 학력 격차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어 교사부터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잘 가르치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의 교원평가제 도입이 교직 사회에 큰 자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 잠재력 보고 뽑아야=일반고의 학력 개선과 더불어 대학도 점수 위주의 선발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학생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고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가 특목고·자사고 등의 명문대 진학 독점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K대 김모(교육학) 교수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현재 점수보다는 학업능력 향상도가 높은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뽑아야 한다”며 “내신의 실질 반영률을 높여 일반고 학생들을 배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백순근(교육학) 교수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고교별 교육과정·환경·여건의 차이를 반영해 신입생을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어에 능한 인재를 길러낸다는 외국어고 본연의 취지가 대입전형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숙명여대 송인섭(교육학) 교수는 “특목고생이 대학입시에서 동일계에 진학할 경우에만 가산점을 주도록 특혜를 제한해야 ‘특목고 쏠림’현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목·이종찬 기자

바로잡습니다

표에서 강서고를 20·16·40명으로, 부산국제고는 부산국제외고로 바로잡습니다. 광남고(22·12·31명), 서울고(13·15·22명), 세화여고(19·10·20명), 신목고(8·8·18명), 은광여고(23·14·28명), 휘문고(49·24·69명)도 1차 합격자 수를 알려왔습니다. 최종 등록자 숫자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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