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팔아 수익 짭짤 … 경영 예보는 ‘맑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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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GS건설은 민간 기상업체로부터 공사 현장의 상세한 기상정보를 2~3일 전에 1시간 단위로 제공받는다. 이를 통해 토목공사, 철근 콘크리트 공사 등 공정별로 작업을 해당 시간에 진행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 업무의 효율을 높인다. 예를 들어 1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콘크리트 타설 공사는 오전에 하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공사기간 단축과 공사비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곳에 기상정보와 기상 컨설팅을 제공하는 곳이 국내 1호 민간 기상사업자인 케이웨더다.

케이웨더 본사 예보센터에서 조석준 센터장을 비롯한 예보관들이 기상도를 보며 날씨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케이웨더 제공]


◆4000여 업체에 기상정보 팔아=케이웨더는 현재 건설·유통·에너지·레저 등 각 분야의 4000여 개 업체에 기상정보를 판매한다. 날씨에 따른 매출변동 분석 같은 기상 관련 컨설팅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훼미리마트처럼 개별 업체와 별도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상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인터넷(www.630.co.kr)이나 휴대전화(630+무선인터넷 핫키)로도 날씨를 안내한다. 대표적인 것이 ‘630예보’다. 6시30분 일어나 휴대전화나 인터넷으로 날씨를 확인한 후 의상 등 하루 계획을 세운다는 뜻이다.

KBS 기상캐스터 출신인 조석준 630예보센터장은 “일기예보를 통해 단순히 재해를 예방하는 것은 개발도상국 수준”이라며 “앞으로는 맞춤형 일기 정보 제공을 통해 효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말햇다.

지역별·산업별·개인별 특성에 맞는 기상정보 파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5년 60억원이던 케이웨더의 매출은 2007년 122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매출 목표는 150억원이다.

이 회사의 김동식(40)사장은 “사회가 발전하고 다양화하면서 보다 정확하고 세분화된 기상정보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기상정보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MIT에서 공학석사를 받은 후 연구원으로 일하던 김 사장은 1997년 민간사업자가 기상예보를 할 수 있다는 ‘민간예보사업제도’가 시행되면서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이상 기후변화로 기상 리스크(위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며 “기상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이기에 수요가 충분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이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불렀다”며 “하지만 이제는 주변에서도 사업성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케이웨더 같은 기상정보 제공업체가 13곳에 불과하지만 미국에는 450여 개, 일본에는 60여 개의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업종별 특성 파악과 분석은=경남 진해와 부산에 조선소가 있는 STX조선해양은 날씨 변화에 민감하다. 옥외 작업이 많은 조선업 특성상 날씨가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산업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직원이 인터넷으로 자세한 기상정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는 예상치 못한 기상변화가 발생하면 직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이를 통해 태풍 등 악천후 시 발생되는 공정 지연을 막아 상당한 경비를 절감하고 있다.

건설사는 재해·안전관리를 위해 날씨에 민감하다. 음료업체는 날씨 변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포츠음료는 섭씨 23도부터 매상이 늘어나기 시작해 25도를 넘으면 2도 상승 때마다 매출이 8%씩 늘어나고 30%를 넘어서면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업체가 날씨정보에 민감하기에 케이웨더로서는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다. 이를 바탕으로 업종별 작업 진행 여부, 판매증감 등도 세밀히 분석해야 한다. 현재 케이웨더 직원 80명 가운데 절반은 전문적인 기상분석가, 그리고 나머지는 업종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전문가다. 김 사장은 “기상청으로 받는 데이터 외에 골프장 등 고객이 원하는 지점에 별도의 기상관측 장비를 설치·운영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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