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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오천마을' 사철 모기떼로 "못살겠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드는 모기떼 때문에 정말 못살겠어요. "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용암리 오대. 오천마을의 차임규 (車壬奎.76) 씨가 극성을 부리는 모기들을 막기 위해 요즘도 방충망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논에서 벼를 말리다 털어놓은 눈물겨운 하소연이다.

울산시청에서 차로 20분 남짓 거리의 이 동네는 지난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울산시에 대한 국감현장에서 아예 '모기마을' 로 이름붙여졌다.

방충망을 쓰고 가을걷이를 하는 주민들의 모습에 국회의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이 마을의 '모기와의 전쟁' 은 이 마을앞 청량천 너머 2백여거리의 석유화학공단과 마을 뒤쪽 야산 너머 4백여 거리의 온산공단이 배출하는 공해 때문. 마을 입구인 상남리로부터 바다로 흘러드는 청량천과 근처의 저습지엔 20여개공장이 쏟아내는 산업폐수가 생활하수와 섞여 코끝을 찌르는 시큼한 냄새와 함께 쉼없이 흘러들고 있다.

지난 8월 모기 서식을 조사한 연세대의대 이한일 (李漢一.기생충학) 교수는 "모기떼의 창궐은 이곳의 하천물이 모기 유충을 끊임없이 깨어나게 하는데 적합하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즉 상류의 생활하수와 바닷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물에 따뜻한 공장폐수가 섞여 유충이 성충으로 자라기 쉽다는 것. 혹한기인 1, 2월을 빼곤 연중 서식하는 모기떼로 이곳 1백20가구 주민들은 피부병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농작물도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민영관 (77) 씨는 올여름 벌레가 눈에 들어가 문지르다 눈이 벌겋게 충혈돼 병원치료를 받았지만 시력이 갈수록 떨어진다고 했다.

주민들은 마을앞 갈대밭도 태워보고 하루 걸러 방역도 해봤지만 모기떼에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새 공해지역으로 떠오른 이곳 주민들도 빨리 이주시켜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는 공단주변 8개 마을 6백71가구 주민을 이주시킬 계획이나 사업비 (9백84억여원)가 없어 국고지원만 요청하고 있다.

울산 =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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