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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필리핀 또 영토분쟁 … 긴장 높아지는 남중국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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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토 분쟁이 재연되면서 남중국해의 파도가 거칠어지고 있다. 2002년 11월 중국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분쟁 방지에 합의하면서 잠복한 지 약 7년 만이다. 중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의 황옌다오(黃岩島:필리핀명 스카버러)와 난사(南沙:스트래틀리)군도 일부를 놓고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하이난다오(海南島) 인근 해상에서 중국 군함과 대치했던 미국 해군은 필리핀에 함정을 파견할 것으로 전해져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유럽행 수출 화물과 중동산 석유 수입선이 통과하는 혈맥 같은 곳이다. 또 이 지역에는 석유·천연가스 등 막대한 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2007년 11월 난사군도와 중사(中沙)·시사(西沙)군도를 포함한 남중국해 260만㎢의 해양에 있는 섬을 합쳐 현(縣)급 싼사(三沙)시를 신설해 하이난(海南)성에 귀속시켰다.


중국과 필리핀의 갈등은 지난달 17일 필리핀 의회가 황옌다오를 필리핀 영토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발단이 됐다. 이달 11일에는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관련 법안에 최종 서명하면서 양국 갈등은 한층 불거졌다. 이에 류젠차오(劉建超)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가 12일 필리핀 외교부를 방문해 항의한 데 이어 14일에는 중국 정부가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4600t급 어업 순시선 어정(漁政) 311호가 이날 하이난다오 싼야(三亞) 항구를 출항했다. 해군 군함을 개조한 이 배는 남중국해의 시사(파라셀)군도를 거쳐 난사 군도와 황옌다오 주변을 순찰할 예정이다.

그러자 필리핀은 즉각 미국에 도움을 요청해 미군 군함이 필리핀으로 급파됐다고 필리핀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미국은 필리핀을 측면 지원해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를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8일에는 중국 해군 함정 등 선박 다섯 척이 남중국해 하이난다오에서 120㎞ 떨어진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운항 중이던 미국 정보 수집 함정인 임페커블호의 항해를 막았다. 다음 날 미국 국방부는 “EEZ 항해를 막은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고 중국 외교부는 이튿날 “미국이 중국 EEZ 안에서 핵잠수함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은 국제법과 중국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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