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뉴코아 본점 인수 가시화… 유통업계 파장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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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앞의 뉴코아백화점.킴스클럽 본점을 LG백화점에 넘기는 협상이 구체화되면서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통업계에 엄청난 판도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거래가 성사될 경우 계속 '서울 입성' 의 기회를 노리던 LG는 강남 노른자위 땅에 대규모 점포를 가지면서 일약 업계 상위그룹 진출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반면 뉴코아는 30대그룹 진입 1년만에 탈락하면서 할인점 위주로 재편되는 등 백화점.할인점 분야에서 모두 지각변동가 나타날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백화점. 지난 94년 백화점업에 진출한 LG는 서울 요지에 땅을 구하지 못해 안산.부천등 수도권에 맴돌면서 서울지역 점포 확보를 추진해왔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LG - 뉴코아 양측이 모두 인수 - 매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LG는 서울 강남에 연면적 2만5천평이상의 매머드 점포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LG는 당초 2000년 서울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 일로 일정이 3년정도 앞당겨지게 되는 셈이다.

또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구리점이 내년 5월 개점되고, 이미 뉴코아로부터 확보해놓은 평촌 부지에 백화점을 세울 경우 5개 점포를 가지면서 일약 롯데.신세계.현대에 이어 업계 4위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 최근 서울 명동에 유투존을 설립하는등 유통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이 태평로 (옛 동방플라자 자리) 와 종로 (구 화신백화점 자리)에 대규모 쇼핑센터를 올 연말과 내년에 잇따라 개점하면서 경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할인점 분야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뉴코아가 그룹 상징이자 모태 (母胎) 인 백화점본점을 팔기로 한 것은 그만큼 형편이 급하기도 하겠지만, "백화점 영업에서 손을 빼고 할인점에 주력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 이기도 하다고 뉴코아 측은 밝히고 있다.

때문에 예정대로 2천억원이상으로 이번 거래를 성사될 경우 뉴코아는 일단 숨을 돌리게 된다.

그후 현재 16개인 할인점 수를 늘리는 등 힘을 할인점 쪽으로 집중시키겠다는 것이 뉴코아측의 전략. 뉴코아는 올 1~9월중 백화점 매출은 9천9백44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줄었은나 할인점은 6천6백35억원으로 무려 58%나 신장했다.

한 뉴코아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중인 충남 당진과 경기도 곤지암 킴스클럽 신축을 서두르는 한편 부지가 확보된 미금.일산.대화.의정부.원주.창원에도 할인점을 낼 계획" 이라고 말했다.

또 "백화점은 가급적 매각하거나 할인점.아울렛으로 업태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중" 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E마트 (신세계).킴스클럽 (뉴코아).마크로.까르푸등 '빅 4' 를 중심으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할인점업계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국내에 진출한 모 외국계 할인점의 경우 모기업이 최근 흡수합병된 것을 계기로 한국에서 철수하고, 대신 국내 대기업이 이를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LG의 뉴코아 인수는 강남지역 상권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강남고속터미널내) 이 내년말 개장하고 여기다 LG가 새로 백화점을 단장하면 이 지역에 새로운 백화점 상권이 형성되면서 압구정동 쪽과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잠원.서초동 소비자들은 상당수 압구정동 갤러리아.현대백화점 등으로 몰리고 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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