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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소 여성진출 들쭉날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대덕연구단지내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임효숙 (林孝淑.전자탑재기기연구그룹) 박사. 이 연구소 1백75명의 연구원중 홍일점 (紅一點) 박사다.

같은 대덕단지내 한국에너지연구소 김미선 (金美扇.바이오매스연구팀) 박사. 역시 1백67명의 연구.기술직 직원 가운데 둘뿐인 여자박사중 한 명이다.

국내 과학기술 메카로 불리는 대덕연구단지내에는 60여개 이공계 연구소가 있다.

여자 박사가 한 명도 없는 곳도 있고, 게중에는 20% 정도로 꽤많은 곳도 있다.

최근 과학기술처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산하 20여개 연구소중 기계연구원.원자력안전기술원등 몇몇 기관은 아예 여성 박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생명과학연구소의 경우 1백45명의 연구원중 여성이 30명으로 20.7%를 차지, 다른 분야에 비해 현저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여성의 과학기술자적 자질이 분야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성차별등 사회적 여건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까. 항공우주연구소의 林박사는 "과학기술로부터 여자를 멀리하려는 경향이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성의 과기분야 진출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성 동료들과 논리적 사고등에서 여성이 전혀 밀릴 것이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에너지연구소의 金박사는 "고교시절을 돌이켜 볼 때 수학.과학분야에서는 여자들이 다소 뒤쳐지는 것 같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선천적으로 남녀의 적성에는 차이가 있다" 고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자연계 고교생의 경우 수학.과학 모두 여학생이 3~4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만 하더라도 수리탐구 Ⅰ (수학)에서 남학생은 평균 29.9점 (1백점만점 기준) 인데 비해 여학생은 33.4점이었고, 수리탐구Ⅱ (과학) 역시 남학생이 37점으로 여학생의 40.9점보다 떨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학생의 경우 자연계에 인문계보다 우수한 학생이 많이 몰려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이수영 (李壽永.전기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남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통념이지만 실제 학생을 가르쳐본 결과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의 모교수는 "여자의 지능이 전반적으로 열등하지는 않지만 논리적 사고를 요하는 과학기술분야에서 여자가 다소 밀리는 것은 사실이다" 고 주장했다.

서울대 서정선 (徐廷瑄.의대 생화학) 교수는 "남녀의 언어구조등에는 차이가 있지만 여성들의 과기분야 진출이 적고 또 과기분야별로도 차이가 있는 것은 성차별적 요소가 더 짙다" 고 말했다.

외국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과학기술분야에서 여성이 밀리는 것은 선천적 요인못지 않게 교육이나 사회분위기 같은 환경요소가 크다는 것. 특히 기계.재료.토목등 공과계열에서는 현장을 뛰는 일이 많고 여러 사람을 지휘해야하는등 여성들에게 불리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생물학이나 정보통신분야의 경우 꼼꼼한 편인 여성들에게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견해도 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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