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에쿠스, 벤츠·렉서스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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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사장님이 타는 뒷좌석만큼은 세계 최고다’.

국산차로는 처음으로 1억원대 고급차인 현대자동차의 신형 에쿠스가 자랑하는 포인트다.

신형 에쿠스는 최고급 수입차인 벤츠S클래스, BMW 7시리즈, 렉서스 LS에 도전장을 냈다. 현대차는 이 차를 월 1300대 팔겠다는 목표다. 통째로 내줬던 최고급 대형 수입차 국내시장의 절반 이상을 빼앗겠다는 야심 찬 목표다. 신형 에쿠스는 수입차에 달린 최첨단 기능과 안전장비가 다 있다고 자랑한다. 대신 가격은 20∼40% 싸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현대차의 분석이다.


◆더 크게 보이는 디자인=구형 에쿠스가 각진 디자인에 우람한 존재감을 내세운 데 비해 신형 에쿠스는 유선형으로 잘 다듬었다. 뒷면 배기관은 스포츠카처럼 두 개로 뽑아냈다. 옆면 뒷문 부분에서는 아반떼에서 보이는 물결 디자인이 나타난다. 요즘 현대차가 자주 시도하는 디자인 선이다. 더 크게 보이려는 의도다. 신형 에쿠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뒷좌석이다.

신형 에쿠스 상품기획을 총괄한 조성균 국내상품팀 차장은 “뒷좌석은 더 이상 경쟁자가 없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기사를 두고 타는 ‘소파 드리븐카’로 제작된 에쿠스는 경쟁 수입차보다 뒷좌석이 넓고 안락하다. 구형 에쿠스에 비해 길이 40㎜, 너비 30㎜, 높이가 15㎜ 커졌다. 국산 승용차로는 최대 크기다. 길이만 무려 5160㎜다.

◆구형보다 106㎏ 가벼워=에쿠스 최고급 모델에는 4.6L 타우 엔진이 달렸다. 지난해 말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워즈가 선정한 ‘세계 10대 엔진’에 뽑힌 것이다. 미국 수출형 제네시스에는 이미 장착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이다. 최고 366마력, 최대 토크 44.8㎏·m에 연비 8.8㎞/L로 수준급이다. 기본 모델에는 3.8L 람다 엔진을 달았다. 최고 290마력에 연비는 9.3㎞/L가 나온다.

힘이 넘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이어트 결과다. 3.8L 모델의 무게는 1875㎏으로 구형 에쿠스보다 106㎏이나 살을 뺐다. 차체를 가볍게 설계한 데다 더 단단한 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무게를 줄였다.


◆중앙선 침범 방지 기능=수입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최첨단 기능이 많다.

▶차선 이탈을 막아주는 차선 이탈 감지 시스템(LDWS) ▶핸들 방향과 연동해 후진할 때 예상 경로를 표시해주는 주차 가이드 시스템(PGS) ▶충돌 직전에 시트벨트를 되감아 승객을 보호하는 프리세이프 시트벨트(PSB)가 대표적이다.

비행기 1등석과 비슷한 뒷좌석 마사지 시트는 사장님용이라면 ‘강추’다. 넓은 다리 공간(레그룸)뿐 아니라 시트의 재질, 안락성이 최고급 수입차에 뒤지지 않는다. 타고 내릴 때 편하도록 자동으로 시트가 움직인다.

4.6L 모델은 기본형이 1억520만원에서 시작한다. 3.8L 최고급형에 선루프와 마사지 체어 옵션(444만원)을 추가하면 1억384만원이다.

◆시승해 보니=경기도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에쿠스와 벤츠S500·S350, 렉서스 LS460과 비교 시승을 했다. 4.6L 모델은 가속력이나 정숙성에서 경쟁 차와 대등했다. 현대차 실력이 이제는 럭셔리 브랜드에 도전장을 낼 만큼 올라선 것이다.

고속 전용인 벨드롬 도로에서는 시속 200㎞ 넘게 달려봤다. 140㎞가 넘으면 뒷좌석에서 바람 새는 소리가 살짝 들리지만 타이어 소음만큼은 확실히 잡았다. 고속에서도 안정적이라 속도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김태진 기자

전문가가 본 신형 에쿠스
“스포티, 다이내믹 … 세계적 추세 반영”

전문가들에게 에쿠스의 디자인을 평가해 달라고 했다.

자동차 평론가인 황순하(GE코리아 전무)씨는 전반적으로 포인트를 준 디자인 요소가 많아 단순하고 세련된 느낌의 수입 경쟁차와 구별된다고 했다.

그는 “국내 최고위 계층을 타깃으로 한 만큼 존재감과 위압감을 강조했다”며 “세계적 추세인 스포티하고 다이내믹한 디자인을 고민해 잘 반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대차의 글로벌 디자인 요소인 곡면을 강조한 뒷바퀴 부분과 강한 이미지의 앞부분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아자동차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장진택(GQ 기자)씨는 “웅장하면서 균형감도 좋게 잘 만들었다.

짧은 프런트 오버행(앞 범퍼와 바퀴까지의 거리)과 뒷바퀴 부근 튀어오른 디자인은 후륜구동 차다운 요소다”고 평했다. 실내 인테리어 등이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는 “나머지는 제네시스와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크롬 도금 너무 많아 ‘번쩍번쩍’

국산 최고급 자동차인 신형 에쿠스에도 옥에 티가 발견된다.

◆번쩍거리는 크롬 장식=구형 에쿠스는 각진 디자인으로 위풍당당함을 살렸다. 그러나 신형 에쿠스는 여기저기 크롬 도금이 많아 이런 위품당당함이 많이 가려졌다. 4.6L 모델에 수입차를 능가하는 19인치 크롬 도금 휠이 있다. 19인치 휠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나 쓰는 크기다. 크기도 크기지만 너무 번쩍인다. 휠뿐 아니라 앞·옆에도 크롬 장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원목 재질의 부조화=뒷좌석에서 노트북을 올려놓고 업무를 보는 전용 테이블 받침대는 벤틀리에서나 쓰는 고급 수입 원목이다. 그런데 원목을 감싼 재질이 다소 뒤떨어져 값비싼 수입 원목의 가치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원목이 고급스러운 만큼 테두리 소재도 고급스러워야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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