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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개편 알고 타자] 下. 버스 중앙차로 '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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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운영 중인 서울 삼일로. [최정동 기자]

7월 1일부터 버스는 빨라지고 승용차는 느려진다. 이른바 버스 중심의 교통혁명이다. 혁명의 중심축은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주요 도로 1차로를 붉은 아스팔트로 포장해 승용차 진입을 금지하고 버스만 신나게 달리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중앙차로제 시행구간에서 U턴이 금지되고 버스 정류소가 도로 한가운데로 옮겨지는 등 변화가 적지 않아 당분간 혼란스러울 전망이다.

◇중앙버스전용차로제=7월 1일부터 도봉미아로.강남대로.수색성산로 등 3개 구간에서 새로 시행된다. 하정로 일부와 삼일로에선 이미 운영 중이다.

11월께에는 망우.왕산로(구리시 경계~서대문), 시흥.한강로(안양시 경계~서대문), 경인.마포로(부천시 경계~광화문)에서도 시행된다. 내년에는 공항로, 동작.신반포로 등 7개 도로에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청계천 복원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광화문 세종로로터리~종로~동대문 구간에도 도입할 것을 검토 중이다.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본격화되면 버스 속도는 크게 빨라질 전망이다. 강남대로는 시속 12.0㎞→28.7㎞, 수색.성산로는 24㎞→31㎞, 도봉.미아로는 17.3㎞→29.2㎞로 빨라질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지난 1일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시행한 삼일로의 경우 버스 속도가 50% 이상 빨라졌다. 그러나 중앙차로를 다니는 버스는 광역.간선뿐이다. 지선.마을버스는 승용차와 함께 일반 차로를 운행해야 한다. 시는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제를 적극 활용해 지선 버스를 원활하게 소통시키겠다고 말하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시 도심교통개선반 마국준 반장은 "초기에는 혼잡이 우려되지만 중앙차로제가 정착되면 뒤엉킴 현상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중앙차로제는 완성이 아니라 시작인 만큼 보완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승용차는 고생"=22일 오전 8시 서울 도봉구 쌍문역 앞. 4개차로 중 2개 차로가 버스차로다. 간선버스용 중앙차로와 지선.마을버스용 가로변 차로다. 1개 차로는 사실상 중앙차로용 정류소가 차지했다. 승용차와 택시는 1개 차로밖에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회사원 김정희(40.여)씨는 "이렇게 되면 승용차를 갖고 다닐 수 없다. 불편해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시행되면 승용차 이용은 힘들어진다. 차로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1차로는 버스가 독점하고, 2차로는 교차로마다 좌회전용이 된다. 앞의 사례처럼 가로변 차로에 버스정류장이라도 있으면 더욱 심각하다. 차로가 하나 줄면 시간당 통과 차량이 700대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렇다고 전용차로를 침범하면 5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 중앙차로 승강장과 보행로를 연결하는 횡단보도도 늘어나 차량 흐름도 자주 단절된다. 강남구 신사역 주변 등 중앙차로와 가변차로가 엇갈리는 곳은 버스와 승용차가 뒤엉키는 상습 병목구간이 될 우려도 크다.

게다가 U턴이 안 되기 때문에 인근 도로를 우회해 P턴을 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이면도로 상황에 따라 극심한 정체가 이어질 수 있다.

가로변에 살짝 차를 대놓는 것도 어렵게 된다. 시는 가로변 차로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주.정차 단속을 크게 강화한다. 이미 지난 7일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 신설 구간과 버스 정류장, 간선도로 및 취약지역에 1000여명의 단속요원을 투입했다. 무인 감시카메라 33개도 새로 달았다. 서울시 이상현 교통지도단속반장은 "정류장과 버스전용차로.간선도로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형모 기자<hyung@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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