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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피치에 법적 대응 검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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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국내 은행이 내년 말까지 42조원 규모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자 감독 당국과 은행권이 반박에 나섰다. 가정에 따라 결과가 엄청나게 차이 나는 테스트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바람에 은행의 신뢰성에 흠집을 냈다는 이유에서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피치의 부정적 평가로 인해 국내 은행이 신인도에 타격을 받는다면 이는 피치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이 거의 망할 정도의 가혹한 가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유독 국내 은행의 결과만 발표한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치 측은 어려운 상황을 가정해서 점검을 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평가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피치 한국사무소의 장혜규 애널리스트는 “외환위기 때의 절반 수준의 충격이 왔을 때를 가정했다”고 말했다.

피치는 테스트 결과 국내 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이 지난해 6월 6.4%에서 내년 말 4%로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은 평균 6.23%다. 시중은행별로는 한국씨티은행이 7.51%로 가장 높고 SC제일은행이 4.72%로 가장 낮다. 금융위기의 당사국인 미국 등 선진국 은행에 비해선 높은 수준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미국 씨티그룹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은 1.5%,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8%, JP모건체이스는 3.8%에 불과하다. 피치의 발표에 무엇인가 의도가 개입됐다는 시각이 국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김원배 기자

◆단순자기자본비율(equity to assets ratio)=전체 자산 대비 보통주로 된 자기자본이 얼마나 되나를 보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할 때와 달리 나중에 갚아야 하는 부채 성격이 있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우선주는 자기자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또 은행이 가진 대출자산의 위험성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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