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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청론] 경제현안 국민투표에 붙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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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9월9일 여수시.여천시와 여천군을 하나의 자치단체로 통합하는 것에 대해 주민의 여론을 묻기 위한 주민투표가 우리나라에서 사상 처음으로 실시됐다.

요즘 국민의 관심이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어서 이 사건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 주민투표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자유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는 평가조차 어려울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역문제를 주민투표로 해결하려는 경향은 직접 민주주의 국가인 스위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요즘에는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세제등 여러가지 사안과 관련, 주민투표가 자주 실시되어 왔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이 제도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스위스를 직접민주주의의 대표적 국가로 보는 이유는 이 나라에서는 주민투표만이 아니라 전국적 규모의 국민투표도 비교적 자주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경험에 의하면 주민투표와 국민투표는 기존의 정치제도 특히 정당간의 권력독점 (카르텔) 을 분쇄하여 국민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데 크게 유효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프레이 교수는 국민투표가 의회중심적 정치제도의 결점을 보완하고 정치인들의 이권추구 행위에 제동을 거는데 대단히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주민투표와 국민투표는 현안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스위스의 경험이 밝혀주고 있다.

이렇게 좋은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성공의 싹을 보인 이상 지금이 이 제도를 광범위하게 도입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금융실명제와 같이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문제나 노조.경제력 집중.중앙은행 독립과 감독기능분리 문제와 같이 정계에서 결론을 내기 어려운 사안, 그리고 정치자금과 같이 정치가들의 이해가 직접 관련된 문제들은 국민투표를 통해 핵심적 사항을 결정, 관료나 정치가들이 멋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민의 기본권도 지키고 정관 (政官) 유착과 정경유착도 방지하면서 관련된 논쟁도 짧은 시간안에 끝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원래 잘못된 것이지만 이제 금융실명제를 보완하려 해도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개인의 기본권을 어디까지 지킬 것인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고 그 나머지를 국회에서 논의케 하면 논쟁기간도 줄이면서 이 제도를 적절한 선에서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노조.경제력 집중.중앙은행 독립과 감독기능 분리문제등도 핵심사항은 국민투표로 결정해 놓고 그 범위안에서 자세한 사항을정하게 하면 적어도 관계기관간의 비생산적싸움은 말릴 수 있다.

정치가들의 정치자금문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말라는 말과 같이 성질상 정치가들에게 맡겨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 경제의 자율화를 완결하기 위한 권력의 분산, 정치가들과 관료들의 먹이사슬 끊기에 있어서도 국민투표제보다 더 유효한 수단은 없다고 볼수 있다.

[김한응 금융연수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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