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대선 사전운동 단속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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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달 27일 오후4시40분.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대구교동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상인.시민등과 악수하며 "김대중입니다" 라고 했다.

이인제 전경기지사 역시 지난달 30일 오전6시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악수공세를 하며 "이인제입니다" 를 연발했다.

그러나 선거법 254조에 따르면 이런 행위는 사전선거운동으로 명백히 위법이다.

두 후보뿐 아니라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민주당 조순 총재.자민련 김종필 총재등도 예외가 아니다.

2일 중앙선관위는 여야 대선후보들의 이같은 무분별한 대민접촉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우선 선관위는 긴급위원회의를 통해 후보들의 이런 활동을 현장에서 제지키로 했다.

현장에서 제지하다 안되면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는등 초강경 조치도 예고했다.

선관위가 이번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선관위측은 대선을 앞두고 그동안 선거분위기가 과거보다 이상할만큼 조용하다고 판단했던게 사실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권의 사정도 한몫했다.

반면 조용했던 선거분위기는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난 지난달 중순을 고비로 서서히 변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TV토론차 잇따라 지방행에 올랐던 후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상가를 돌며 악수공세를 벌이는데서부터 대학강연등 대국민 접촉에 일제히 나섰다.

여론정치가 태동함에 따라 후보들은 조직 가동보다 후보 본인의 '세일즈' 에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관위측은 가만히 있다간 선거분위기가 급작스레 과열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선거분위기를 조기에 다잡기 위한 경고성 단속이라는 얘기다.

특히 단속방안으로 현장 제지를 택했다.

이 대목은 해당후보와의 승강이를 쟁점화시켜 여론이 주목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 볼 수 있다.

후보들의 여론몰이용 선거운동에 여론에 의존한 단속으로 맞서는 셈이다.

하지만 이날 선관위의 조치는 한계도 드러냈다.

사실 선거법 위반이라면 검찰 고발 또는 수사의뢰등 '법대로' 하면 그만이다.

선관위측은 "사법권이 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방안" 이라고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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