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발언대]가족 공동묘 개발등 묘지문화 개선 서두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추석이나 설만 되면 반복되는 민족대이동을 보면서 우리의 묘지제도를 시대상황에 맞게 개선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장례식과 외국의 묘지를 가보면 우리와 다른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태국의 경우엔 대부분 화장을 하고 중동의 경우엔 무덤을 공동으로 만들어 유골을 지하실에 보관한다.

유럽에서는 공원 또는 교회.성당 지하실에 무덤을 만들어 두는 것이 관례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로 개인별 매장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장소가 서로 달라 명절에 친인척 무덤을 몇곳 다니다보면 지쳐버리고 모처럼 만난 기회에 서로 이야기조차 나눌 수 없는 때가 많다.

현재의 묘지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첫째, 개별 묘지 대신 가족별 공동묘지를 조성해 중동식으로 지하에 유골을 보관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집안에 할아버지의 묘지가 있다면 그 공간을 입체적으로 재개발해 한가족을 같은 장소에 순서별로 진열하고 비석에 그집의 족보를 적어 친인척 관계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둘째, 무덤을 반드시 먼 산에만 둘 것이 아니라 국가나 지역발전에 공헌이 큰 인사의 묘지는 도심 공원에 동상과 무덤을 만들어 국민적인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해야 한다.

셋째, 이런 공원에는 무덤.동상 뿐만 아니라 선조들의 올바른 행적과 명문을 비석에 새겨 문화와 역사전통을 이어가는 관광명소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의 현 묘지제도는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당 사용면적을 줄이고 묘비등 지나친 장식물을 세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등에 비해 조각문화가 덜 발달했으며 좁은 면적 때문에 예술적인 공간이 덜 발달하게 됐다.

묘지의 재개발은 우리 조상들의 발자취를 역사화하고 전통을 보전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좋은 조각물을 만들고 꽃을 키우며 조상과의 영적 대화를 나누는 휴식공간을 개발한다는 차원뿐 아니라 새로운 관광명소를 개발하고 민족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정신문화를 창조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유럽 등과 같이 부모님의 무덤을 교회 정원에 모실 수 있어 주말예배에 참석하고 가는 자녀들이 한송이 꽃을 놓는 아름다운 정경을 우리도 누리려면 교회가 시내보다 근교 산모퉁이에 자리잡는 것도 오늘의 삭막한 도시환경에 비춰볼 때 우리 사회를 명랑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죽어서 묻힐 곳마저 여의치않은 시대를 맞으면서 젊은 세대들은 형제간 유대마저 소홀해지고 있다.

따라서 당장 실천가능한 방법은 오랜 무덤의 경우 자손들이 같이 묻힐 수 있도록 기존 묘지를 재개발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외국과 같은 아름다운 묘지공원을 개발해 참된 인격을 배우는 교육현장으로 재개발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최공림 <방콕무역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