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출하증가율 10년만에 최고-통계청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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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에 힘입어 수출용 (물량 기준) 출하증가율이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29일 '8월중 산업활동동향' 을 발표, "경기선행지수가 전월보다 1.4% 상승하는등 6개월째 오름세" 라며 "10월에 경기저점에 다다를 것이 확실하며, 이미 9월에 통과했을 가능성도 있다" 고 밝혔다.

그러나 기아사태를 비롯해 도산위기가 계속되고 있고,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여전해 실제로 느껴지는 체감경기 회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기아사태가 원만히 수습되지 않을 경우 회복세가 단숨에 꺾일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경기저점 도달 = 경기선행지수가 평균적으로 7.6개월 상승하면 경기저점이라는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상승했으니 9월 아니면 10월에 저점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재정경제원 일부에서는 이미 8월에 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 저점후 회복세 완만 = 정부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이 없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후에도 회복속도가 매우 완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원은 "기업의 설비투자 재원이▶물건을 팔아 들어오는 현금과▶신규차입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차입이 여의치 않아 설비투자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며 "이런 현상이 1~2년 더 이어질 것" 으로 전망했다.

재경원은 특히 "경기저점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최근의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하겠다" 고 밝히고 있어 체감경기의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환율 덕 보는 수출 = 수출용 출하는 지난해 8월보다 무려 33.4% 급증했는데, 이는 3저 (低) 호황의 끝무렵인 88년1월 이후 최고치다.

통계청은 "원화환율의 상승으로 수출단가가 낮아진데다 세계 경제가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 반도체.선박.화학제품등의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고 설명했다.

미봉책이기는 하지만 수출단가가 떨어지자 곧바로 수출용 출하가 늘어나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 내수도 회복세 = 내수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도.소매판매 증가율이 올들어 가장 높은 5.6%를 기록했다.

이는 주로 자동차 할부판매 증가와 휴대용 전화기 판매호조에 따른 것이다.

재경원은 "5.6%는 지난해 (6.9%)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 이라며 "그러나 올 상반기의 2~4%대와 비교하면 내수의 회복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고 지적했다.

◇ 재고조정도 마무리 단계 = 수출이 잘 되면서 자연히 재고도 크게 줄고 있다.

재고증가율은 5.8%로 95년5월 이후 2년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한때 20%를 넘던 재고증가율이 5%대까지 떨어짐으로써 재고조정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고 풀이했다.

◇ 실업지표는 호전, 질은 악화 = 실업률과 실업자수는 2.1%와 46만5천명으로 지난해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통계청은 그러나 "상근근로자가 줄어드는 대신 일용.임시근로자가 6백만명을 넘어섰다" 며 "취업이 안돼 아예 취업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도 1천3백3만명으로 한달새 14만명 증가했다" 고 밝혔다.

◇ 기아사태가 관건 = 통계청은 "7, 8월에는 기아사태가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며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전개에 따라 경기회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기아그룹의 출하액 (95년 기준) 은 7조4천6백10억원으로 전체 산업의 1.3%에 달했으며, 이중 아시아자동차는 광주지역 산업의 10.7%를 차지하고 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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