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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미만 연체자, 빚 부담 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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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빚을 제때 못 갚고 있으나 연체기간이 짧아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로 분류되지 않은 사람도 연체이자 면제, 만기 연장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무조건 다 되는 건 아니고, 정부가 정한 조건에 맞아야 한다.

정부는 10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다음달 13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연체기간이 1~3개월 미만이며, 금융권 채무가 5억원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사전 채무조정(프리 워크아웃)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원회 김광수 은행서비스국장은 “사전 채무조정을 1년간 운영하되 경기 회복이 더딜 경우 시행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3개월 이상 연체자(채무불이행자)를 대상으로 채무를 조정하는 개인 워크아웃제도만 시행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기 직전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미리 구제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르면 채무자가 두 곳 이상에서 돈을 빌렸는데, 하나 이상이 연체라면 전체 채무가 조정 대상이 된다. 채무에 담보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 사전 채무조정 대상자로 선정되면 연체이자는 모두 면제된다. 금융회사에 약정한 대출금리도 낮아져 이자 부담이 완화된다.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정순호 제도기획팀장은 “평균적으로 약정 이자의 30%가량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약정 이자가 연 10%라면 7%, 15%라면 10.5%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원금 감면은 없다. 대신 신용대출은 최장 10년, 담보대출은 최장 20년까지 만기가 연장된다. 이것만으로 부담을 줄이는 게 힘들다고 신복위가 판단할 경우 최장 1년까지 원금과 이자 상환이 유예된다.

채무조정을 받으려면 ▶신청 전 6개월 안에 받은 신규 대출금의 비중이 총 대출금의 30% 이하이고 ▶연간 소득에 대한 연간 대출 원리금의 상환 비율(DTI 비율)이 30% 이상이며 ▶보유 자산이 6억원 미만인 데다 실직·휴업·폐업·소득 감소 상태여야 한다. 고의로 연체한 뒤 채무를 조정받으려는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한 제한이다. 금융위는 3개월 미만 연체자는 약 30만 명이지만 이 요건을 모두 갖춘 사람은 10만 명 내외일 것으로 추정했다.

신복위(1600-5500)에 신청하면 신복위가 금융회사와 협의해 채무조정을 결정한다. 그러나 빚이 있는 금융회사가 신복위와 협약을 맺은 경우에만 채무조정이 가능하다. 현재 제도권 금융회사의 97%가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은행·보험·신용카드 등의 대출은 대부분 조정 대상이다. 대부 업체의 경우 협약사가 적어 대부 업체 빚은 채무조정을 받기 어렵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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