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태양광발전소 ‘작게 여러 개로’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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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해 가을 전남 지역에 건설된 한 태양광 발전소. 요즘에는 지원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큰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보다는 여러 개로 나눠 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앙포토]


실제로 충남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있는 A사가 총 용량 1000㎾짜리를 다섯 개로 분할했다. 1000㎾짜리 대형 발전 설비가 없어서가 아니다. 업체 스스로 나눠 짓기를 선택했다.

B업체는 올 초 전북에 30㎾ 태양광 발전소 다섯 개를 세우겠다고 정부에 허가 신청을 냈다. 이 역시 150㎾짜리 발전소를 다섯 개로 쪼개 건립하겠다고 한 것이다.

태양광 발전 기업들이 이렇게 나눠 짓는 이유는 발전차액지원금 때문이다. 이 지원금은 청정에너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 태양광 발전소에 정부가 지원하는 돈이다. 2007년 지원된 돈은 147억원에서 2008년 113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발전 설비 규모가 작을수록 혜택이 많이 돌아가게 돼 있다. 그래서 기업들이 돈을 더 타려고 큰 발전소 하나를 짓지 않고 작은 것 여러 개를 건립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정부가 지원금 차등 구간을 잘게 나누면서 ‘발전소 쪼개기’가 더 성행하게 됐다. 그 전에는 30㎾ 미만의 발전소를 지을 때 1㎾h당 711.25원을, 그 이상일 때는 677.38원을 지원했다. 10월에는 다섯 개 구간으로 세분화했다. ▶30㎾ 이하는 발전량 1㎾h당 지원금 646.96원 ▶30㎾ 초과~200㎾ 620.41원 ▶200㎾ 초과~1000㎾ 590.47원 ▶1000㎾ 초과~3000㎾ 561.33원 ▶3000㎾ 초과는 472.70원을 지원한다.


지원금 세분화가 발전소 쪼개기에 불을 지폈다. 전에는 1000㎾짜리를 세우면서 지원금을 더 받으려면 30㎾ 30여 개를 세워야 했다. 인허가 등의 절차가 몹시 번거로웠고 건설 후 발전소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잘게 쪼개서 지을 이유가 별로 없었다.

구간을 다섯 개로 나누면서 쪼개기가 한결 쉬워진 것이다. 1000㎾짜리를 짓지 않고 200㎾짜리 다섯 개로 나누면 돈을 더 받게 된 것이다. 사실상 한 업체이지만 친인척의 명의를 빌려 인허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1~9월에 허가 신청을 한 태양광 발전소는 평균 규모가 368.7㎾였으나 10~12월에는 155.7㎾로 작아졌다.

‘에너지 나눔과 평화’의 김태호 사무처장은 “당초 예상보다 태양광 발전이 빨리 보급되면서 지원금이 달리게 됐고 이 때문에 구간을 세분화해 대형 발전소에 돌아가는 지원금을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지원금이 줄면서 사업성이 떨어지자 사업권을 외국 자본에 넘기고 있다”며 “최근에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외국 업체들이 투자하기 더 좋은 여건이 됐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업체들이 쪼개서 신청하는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앞으로는 태양광 발전소 승인 심사 때 분할 신청 여부를 따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발전차액지원제도=태양광·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신재생에너지 생산 원가가 이를 판매해 얻는 수익보다 높을 때 정부가 발전사업자에게 그 차이(발전차액)만큼을 보조해 주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자력·화력 발전에 비해 아직은 전력 생산 단가가 비싸다. 정부는 국내 태양광의 총 발전 능력이 500㎿(1㎿=1000㎾)에 이를 때까지만 발전차액을 지원할 예정이다. 풍력은 1000㎿, 연료전지는 50㎿까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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