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중국 바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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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준결승전 1국>

○·저우루이양 5단 ●·쿵제 7단

제1보(1∼20)=중국 바둑의 정체가 오묘하다. 이세돌 9단을 2대0으로 꺾어버린 구리 9단을 생각하면 중국 랭킹 1위의 존재가 자못 크게 다가온다. 그러나 랭킹 2위 쿵제 7단은 3주 전 비씨카드배 예선전에서 한국의 강유택 2단에게 져 탈락했다. 또 17세의 신예 강자 저우루이양(랭킹 9위) 5단은 예선은 순조롭게 통과했으나 64강전에서 아직은 무명인 한국의 한웅규 초단에게 무너졌다. 그런 쿵제와 저우루이양이 세계 무대 4강에 올랐다면 강유택이나 한웅규도 못할 게 없다는 이론이 성립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약하냐 하면 그건 아니다. 새 얼굴도 계속 나오고 있고, 무엇보다 구리가 위협적이다. 세계 바둑은 종이 한 장 차이로 실력들이 좁혀져 이변이 속출하는 한편 이세돌-구리 등 최정상들은 나름대로 굳건한 성벽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판은 쿵제 대 저우루이양의 준결승전 1국이다. 흑을 쥔 쿵제는 예상대로 타이트한 실리 바둑을 들고 나왔다. 흐름을 바꾼 수는 저우루이양의 백14. “지금의 배석에선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박영훈 9단은 말한다. 14로 ‘참고도’ 백1로 붙이면(이 수는 고금을 막론하고 고수들이 가장 환영하는 수이고, 가장 많이 사용된 수다) 대략 백9까지 서로 눈을 부릅뜬 채 마주 보는 견실한 포진이 된다. 저우루이양은 그러나 이런 숨 막히는 진행이 쿵제 스타일이라고 본 듯 자진해 방향을 틀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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