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새물결]외국수익증권,새 투자처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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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달러표시 외국 증권상품들이 빠른 속도로 국내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외국증권상품이 투자자들 사이에 수익성이 짭짤하다는 인식이 퍼진데다 은행.보험등 기간투자가들이 펀드 운용등 선진금융기법을 배우기 위해 매입을 늘림에 따라 국내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의 원화환율급등은 외국수익증권의 인기몰이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달러가치가 치솟으면서 올초부터 LG.쌍용투자.선경등 증권사와 한국투자.대한투자등 투자신탁회사가 판매를 개시한 외국 수익증권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재무부 증권 (TB:Treasury Bill) 도 환차익을 노린 매입 희망자가 줄을 잇고 있다.

수익증권은 간접 투자방식이어서 주식을 직접 매매하는 것보다 어느정도 안정적인 수익보장이 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지난 94년 7월부터 국내투자자들도 해외증시에서 외국주식을 직접 살 수 있게 됐지만 정보부족등의 이유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틈을 타고 외국 수익증권이 국내에 상륙, 투자자들 속으로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외국 수익증권은 요즘처럼 환율이 불안한 시기에 잘만하면 환차익과 고수익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외국 수익증권의 투자지역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남미.동남아시아 시장등 지역별로 다양하게 나뉘어 있지만 모두 달러화로 운용돼 달러강세가 지속되는 한 상당한 수익이 보장된다.

물론 최근 동남아시아의 경우처럼 투자대상지역의 통화가치가 곤두박질치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커 외국 수익증권이라고 무조건 짭짤한 재미를 보는 것은 아니다.

외국수익증권의 판매실적은 지난 8월말 현재 8천9백89만9천달러로, 처음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4월의 1백81만9천달러에 비해 4개월새 무려 50배가까이 불어났다.

〈그래프 참조〉 국내에 수익증권을 팔고 있는 외국 증권사나 투자신탁회사는 미국계인 메릴린치.템플턴.피델리티 등과 영국계인 머큐리.슈로더등이 있으며 이들을 국내 증권사나 투신사와 제휴, 위탁판매형식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중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LG증권의 메릴린치 수익증권은 모두 9개 개별펀드로 나눠져 있는데 아시아성장형만 제외하고는 모두 연초대비 지난달말 수익률이 최소 연12.08%에서 최고 42.58%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고수익은 아시아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외주식시장이 활황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LG증권 김용진 해외투자팀장은 "수익률이 높고 최저 가입금액도 3백만원으로 비교적 낮기 때문에 개인투자자 비중이 75%에 달한다" 고 말했다.

김팀장은 또 "몇몇 거액투자자들이나 기업, 기관투자가들은 수백만달러규모의 TB를 사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우.대신등 다른 증권사들도 외국 수익증권 판매를 위해 재정경제원의 상품인가를 내놓고 있다.

매입절차는 간단하다.

우선 증권사에 계좌를 트고 원화를 입금하면 바로 투자에 나설수 있다.

투자자금은 달러로 환전돼 펀드매입에 투입되며 환매는 매입후 5일부터 가능하다.

TB의 경우 수익률은 연6~7%에 불과하지만 대미 달러 환율이 계속 치솟을 경우 환차익을 고려하면 12%선인 국내채권의 수익률을 웃돌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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