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일전에 4천만 온 국민 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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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차례의 한숨 뒤에 터져나온 엄청난 함성, 그리고 3분 뒤에 이어진 지구가 떠나갈듯한 환호성…. " 역시 한국은 일본에 강했다.

90분간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한.일전이 벌어진 28일 오후 TV 앞에 모여 앉은 시민들은 한국팀이 경기종료 불과 10여분을 남겨놓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자 일제히 박수.환호를 터뜨리며 통쾌해 했다.

길가던 시민들은 서울역등 터미널과 대학로.백화점가등 대형TV가 설치된 곳마다 수십명씩 모여 '한국 이겨라' 를 목이 터지도록 외쳤고 경기가 끝나자 서로 껴안거나 악수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반면 경기가 진행중인 시간에는 노선 버스만이 간간이 눈에 띌뿐 운행차량이 적어 거리가 눈에 띄게 한산했으나 역전골이 터지는 순간 운행중인 자동차들이 일제히 경적을 울려 기쁨을 나누는등 전국이 축제분위기였다.

…30인치 대형 TV가 층마다 설치된 신촌의 형제갈비집에는 식사시간이 아님에도 평소보다 많은 1백여명의 손님이 몰려 한.일전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이곳은 대형 TV를 설치하고 이기면 맥주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광고를 한 때문인지 손님뿐만 아니라 신촌일대를 지나던 행인들까지 이곳에 들어와 게임을 시청하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에 환호와 탄성을 질렀다.

식당측은 약속한대로 손님들에게 맥주를 무제한 무료로 제공해 시합이 끝나고도 1시간여 동안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서울종로구동숭동 대학로에는 오후1시30분쯤부터 행인이 뜸해진 가운데 '한.일전 TV중계합니다' 는 대형 입간판을 붙여 놓은 커피숍.음식점등으로 발길을 옮기는 모습. 33인치 대형TV 3대를 외부에 설치한 I커피숍에는 행인 5백여명이 몰려들어 중계를 관전하면서 우리팀에 찬스가 올때마다 환호성을 올렸다.

…서울역 대합실에는 5백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경기 시작전 단체로 '파이팅' 을 외치며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 특히 후반전 일본의 선제골로 열기가 더해지면서 TV를 시청하던 승객들이 차를 놓치는 경우가 잦아지자 서울역측은 스피커를 통해 안내방송을 4~5차례 더하기도. 또 축구경기와 같은 시간에 해태.삼성의 프로야구경기가 열린 무등야구장은 유료입장객이 불과 3백여명에 그쳤다.

이밖에 북한산.무등산.계룡산등 전국의 주요 산과 유원지에는 행락.등산객들이 평소보다 훨씬 줄어들었고 대부분 중계를 보기위해 서둘러 하산하는 모습이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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