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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돈 병에 걸린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재물에 대한 욕심이 사회를 더럽힌다.

돈이 사람들을 괴물로 만들어간다.

우리 어른들의 악성 병폐다.

돈의 노예들임을 고백하며 뉘우치자. 영국 윈스턴 처칠경이 세계를 향해 방송하려고 웨스트엔드에서 택시를 불러 세우고 BBC방송사까지 가자고 했다.

그 택시기사는 "미안하지만 다른 차를 이용해 주십시오. 저는 그렇게 멀리까지는 갈 수 없습니다.

" "아니 어째서요?" "보통 때면 좋습니다만 이제 한시간 후면 윈스턴 처칠경의 방송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꼭 듣고 싶어 그러는 겁니다.

" 그 말에 처칠은 기분이 아주 좋아서 2파운드 지폐를 집어 주었다.

택시 기사가 지폐를 얼핏 보더니, "타세요, 아저씨! 처칠인지 개떡인지 돈부터 벌고 봐야겠습니다" 고 내뱉는 것이었다.

그런 택시기사형 공직자가 우리나라에 특히 많다.

다리가 무너지거나 말거나 검사도 안하고 통과시키는 시장님.검사관님들이 개떡같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통령도 그랬고, 그 아들도 그랬는데 그 아들의 친구도 그랬고, 하면서 줄줄이 엮인다. 돈을 숭배하는 못난이들이다.

국가명예, 국민들의 안녕등은 돈 다음이다.

돈을 뺏기 위해 사람을 패고 죽이고 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을 청소년들에게도 이미 전수시켜 놓은 우리 어른들이다.

골치 아픈 세상 정말 개떡같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아이가 빵떡 한 개를 가졌는데, 한 신사가 다가가서 나의 좋은 달떡과 바꾸어 먹자고 했다.

아이는 좋아서 바꾸어 먹자고 했다.

그랬더니 신사는 아이의 떡을 한번 크게 베어 먹고 반달 같이 만들어 주었다.

아이는 그만 신사에게 빵떡 빼앗긴 것이 분해 울고 있는데 그 신사는 아이를 달래면서, "아니, 달떡이 나쁘냐? 그럼 별떡하고 바꾸련" 하니까 아이는 별떡이 무얼까 하며 그러자고 했다.

신사는 또다시 떡을 받아, 네 곳을 뭉턱뭉턱 먹고 주면서 "이것이 별떡이란다" 했다.

아이는 그만 아까보다 더 작아진 빵떡을 보며 억울해서 또 울었다.

"이번에는 정말 좋은 꿀떡하고 바꾸자. "

신사의 말에 이 아이는 정말 꿀로 만든 떡인줄 알고 또 허락했다.

이 신사는 아이의 작아진 빵떡을 받아 가지고 한 입에 꿀떡 삼키고는 목을 내밀어 보이며 "이것이 꿀떡이란다" 하고는 달아났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 노동의 대가로 땀 흘려 번 작은 빵떡을 꿀떡 해버리는 잔인무도하고 고약한 신사들이 너무 많다.

그러니 이젠 어린 아이들도 이 험한 세상을 살려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쯤 모를리 없다.

그래서 영악해져야 한다.

보고 듣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음의 이야기가 이를 대변해 줄 것이다.

아버지.어머니 그리고 세명의 형제들이 있었다.

막내는 이제 여섯살이다.

어느날 식구들이 모두 둘러앉아 참외를 깎아먹게 되었다.

어머니가 냉장고에서 참외를 세개 꺼내 왔다.

그러자 막내인 여섯살 짜리가 한개를 냉큼 집어 감추면서 말한다.

"이것은 나만 먹을거야. " 아버지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지면서 아이를 앉히곤 심문하듯이 물었다.

"참외가 모두 몇개냐?" "세개. " "우리 식구는 모두 몇명이지?" "다섯. " "그러면 네가 하나 먹으면 몇 개가 남지?" "둘. " "남아 있는 식구는 몇인데?" "넷. " 이쯤 되면 아이가 슬그머니 움켜쥔 참외를 내려 놓으면서 "잘못했어요" 할 줄 알았고 그래야 교육이 될 거라고 아버지는 믿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아이는 태연하게 말했다.

"두개 더 사오면 되잖아. "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장군의 말이 떠오른다.

돈은 좋은 하인은 되지만 그대신 나쁜 주인이라고 베이컨은 말했다.

돈이 말할 때에 진리는 침묵한다는 러시아 격언도 생각난다.

이기정 <답십리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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