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패널 질문 편파시비 부를듯…李전지사엔 추궁,趙후보엔 나긋나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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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MBC-TV의 대선후보 초청토론이 패널리스트들의 질의운영 미숙으로 편파시비를 나흘 전망이다. 22일밤 학술토론을 하듯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를 몰아세웠던 교수 패널들이 23일 조순 9趙淳) 민주당후보에겐 '선생님'이라는 존칭울 써가며 솜방망이 질문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李전지사측은 물론 시청자들도 "李전지사와 趙후보에 대한 패널들의 추궁강도에 너무 차이가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李전지사측은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가 지난 22일 MBC - TV 토론에서 곤욕을 치렀다.

신한국당 경선과정에서 TV토론의 덕을 톡톡히 봤던 李전지사가 오히려 TV토론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이다.

TV토론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李전지사측은 난감한 표정이다.

이는 이번 TV토론이 질문과 응답시간의 제약없이 패널들의 '자유분방한' 추궁이 가능했기 때문에 비롯됐다.

李전지사는 21세기 신 (新) 행동양식을 거론해 달라는 주문에 "그동안 10년의 정치생활 기간중 비판적인 시각으로 모든 사물을 과학적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고 답변하자 패널들은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를 정당화시키는 논리" 라는 공격을 쏟아부었다.

또 李전지사는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전용차 문제에 대해 "관용차가 자주 고장나 규정범위내에서 2천5백㏄ 차량을 구입하게 됐다" 고 말했다가 "뭘 좀 잘못 알고 말하는 것같은데 규정상 2천㏄이내로 제한돼 있다" 는 핀잔을 들었다.

그리고 패널이 "경기지사 재직시 관용차로 딸들을 등교시켜 준 적이 있다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 고 지적하자 李전지사는 "죄송하다" 고 물러섰다.

외교.통일분야에서도 李전지사는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李전지사의 '고전 (苦戰)' 은 패널들이 정책비전을 묻기보다는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하듯 지나치게 학술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李전지사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이 매끄럽지 못했고 준비가 덜된 것같았다.

솔직히 어안이 벙벙했다" 고 불만을 토로했다.

李전지사측은 "오히려 李전지사가 당황하지 않고 성실하게 토론에 임했다" 고 자평하고 있다.

어쨌든 李후보가 예전에 비해 TV토론에서 부진한 결과를 보이자 여야는 기다렸다는듯 "경륜과 식견의 부족을 드러냈다" 고 공격했다.

…조순후보를 상대한 23일의 토론에서 패널들은 전날 남북문제에 대한 李전지사의 답변에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 아니냐"는등 무차별공세를 했던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패널들은 趙후보가 남북문제에 대해 원론적ㅇ니 답변을 하다 심지어 갑자기 경제문제로 초점을 옮겨가도 추궁조의 추가질문을 하지 않았다. 또한 패널들은 李전지사와의 토론때 李전지사의 답변을 중간에 끊고 질문을 쏟았으나 趙후보가 패널들의 질문을 가로막고 답변을 계속해도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趙후보는 "김정일 (金正日) 북한총비서가 협상의 대상이냐 타도의 대상이냐"는 질문에 명확한 해답으 ㄹ내놓지 못했는데도 대강 넘어갔다.

정치분야에서도 이런 현상은 두르러지게 나타났다. 李전지상게는 지사재임때 관용차 사용문제등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 들었지만 이날 趙부호는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며서 李전지사와 같은 경우의 일이 있었는데도 이 부분에 대한 질의가 전혀 없었다.

전날 李전지사의 토론내용을 보고 바짝 긴장하고 TV토론에 임했던 趙후보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덕분에 (?)지지율도 다소 상승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모습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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