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팝그룹 부시·블러 내달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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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영국은 대중음악에 있어선 여전히 '해가 지지 않는 대국' 이다.

60년대 비틀스, 70년대 레드 제플린, 80년대 뉴웨이브에 이어 90년대에는 '브릿팝' 으로 통칭되는 깔끔하면서 선율 중심의 복고풍 사운드로 세계 대중음악을 주도하고 있다.

이 브릿팝의 양극단을 보여주는 대조적인 두 밴드가 연달아 내한 공연을 갖게돼 팝팬들의 가슴을 설레게하고 있다.

'브릿팝의 백화점' 이라 불릴만큼 가장 영국적인 색깔을 세계에 과시하고 있는 블러와 노골적인 미국편향 음악으로 국제시장 장악에 성공한 흥행밴드 부시가 그들이다.

부시는 다음달 5일 오후7시30분 서울 정동 문화체육관에서, 블러는 같은달 21일 오후7시30분 같은 장소에서 각각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02) 782 - 4595. 89년 데뷔한 블러는 90년대 초반 '제2의 비틀스' 라 불리는 그룹 오아시스와의 대결을 통해 역설적으로 자신을 알리게된 그룹이다.

이 대결의 표면적 승리는 3백만장의 판매고로 미국 진출에 성공한 오아시스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블러는 이 전투에서 승리 못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

시장의 구미에 맞는 평균적 선율대신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색깔을 밀어붙이게 된 것이다.

올초 나온 블러의 5집은 그런 블러의 변신을 잘 보여주는 명반이다.

우선 선율이 아름답고 세련된데다 스스로 '우리는 쟝르 매춘부' 란 표현을 서슴지 않을 만큼 보드빌 (소가곡).전통민요.테크노등 다양한 쟝르를 넘나들고 있어 대단히 팝적이다.

음반을 떠나 블러는 공연 스타일도 상당히 재미있다.

리더 데이먼 앨번 (29) 을 비롯, 4명 멤버는 쉴새없이 겅중겅중 뛰며 무대를 휘젓는다.

한국공연에서는 트럼펫.트럼본등 관악기 4개를 추가하고 만돌린.탬버린등 영국적 색채 물씬한 악기도 동원해 브릿팝의 진수를 맛보게한다는 계획. '쉬스 소 하이' '보이스 앤드 걸스' 등 히트곡 20여곡이 연주된다.

부시는 92년 데뷔시절부터 영국출신이면서도 가장 미국적인 밴드, 특히 해산한 올터너티브의 비조 너바나의 '영국판' 으로 지목돼왔다.

그들의 너바나 추종은 노골적이다.

2집 '레이저 블레이드 수트케이스' 4번째 곡 '인섹트 킨' 을 부르는 리더 게빈 로스데일의 목소리는 숨진 너바나 리더 커트 코베인의 쉰 창법을 그대로 답습한 듯하다.

무엇보다 음반 프로듀서 스티브 알비니는 너바나의 3집 '인우에트로' 의 제작을 지휘한 바로 그 사람이다.

이런 점 때문에 부시는 록의 강국 영국의 영혼을 미국에 팔아넘긴 후안무치한 '너바나 아류' 로 폄하되기도 한다.

그러나 음반 단 2장으로 1천만장이 넘는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데다 97년 그래미 최우수신인상.얼터너티브 가수상에 지명됨으로써 영국밴드의 저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그들 또한 브리티시 록의 한 적자임에 틀림없다.

부시의 공연은 한마디로 메탈밴드의 그것을 연상시킬만큼 힘이 넘친다.

이번 공연에서 청중들은 붕붕거리며 날아가는 비행기 바로 아래 선 기분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오프닝 밴드로 굉음에서는 부시에 뒤지지 않는 한국 슬래시메탈의 대표주자 그룹 크래시가 참여해 볼륨전쟁을 벌이게 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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