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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명문 '비 특목고'교장 인터뷰 ② - 세화고 강헌모 교장

중앙일보

입력


졸업생 전체 454명 중 서울대 18명, 연세대 46명, 고려대 39명, 의·치의·한의예과 25명 격. 특목고도 자사고도 아닌 세화고의 올 대입 실적이다. 특목고에 상위권 학생을 빼앗기다시피 하는 현실 속에서 일궈낸 값진 성과다. 이 학교 강헌모(61) 교장을 만나 노하우를 들었다.

두발·흡연·복장검사 등 ‘잡는 학교’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일반 공교육 기관은 다 마찬가지다. 그저 기본에 충실할 뿐이다. 다만 아주 엄격한 학생 생활관리가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생활이 잡혀야 면학분위기도 잡힌다.”

 인근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세화고 친구는 부럽기도 하면서 때로는 측은하다. 소위 ‘잡는 학교’다. 금연 지도, 두발검사, 복장검사 등 요즘 학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규칙들이 이 학교에서는 난무(?)한다. 흡연여부를 밝혀주는 시약을 투여해 기준 수치가 나온 학생이 1주일 후 재검사에 또 걸릴 경우 곧바로 징계조치한다. 또 중간·기말고사 끝나고 실시되는 두발검사는 학생들에게 악명 높다. 하지만 이의를 다는 이 하나 없다. 모두 ‘공부하는 학교’ 분위기를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 학부모들도 세화고를 다른 학교보다 우위에 놓는 가장 큰 요인으로 엄격한 생활관리를 든다.

 두 아들을 각각 세화고와 인근의 다른 학교에 보내는 김영미(47·여·반포동)씨는 “비록시차가 있긴 했지만 입학성적이 비슷했는데 지금은 세화고에 다니는 형의 성적이 훨씬 좋아졌다. 학교의 생활 습관이 몸에 배 공부도 스스로 엄격하게 기준을 정해놓고 공부하는 게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교장은 올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수시 합격한 엄태웅 학생을 좋은 사례로 꼽는다. “입학성적이 전교 300등정도 하던 학생이 올해 서울대에 합격했다. 이 학생의 성적은 그야말로 상승곡선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 학교와 교사의 힘이 작용한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학교 성적의 일정한 상승률과 자기소개서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엄군이 서울대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의 요지는 이렇다. ‘나는 학교에서 1등을 해본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나 학교 선생님들의 지도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스스로 공부하는 법도 깨우쳤다. 서울대에 다닐 기회가 주어진다면 진정한 1등을 한번 해보고 싶다.’

 강 교장이 신입생들에게 강조하는 첫 번째 항목이 바로 자기주도 학습이다. 물론 엄격한 학교생활에서 나오는 규칙적인 학습습관이 제 1원칙이다. 학원 등에서 남의 도움을 받아 공부하는 습관을 가진 학생은 나중에 도태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 “꼭 필요한 사교육만 받으라고 권장한다. 학교 수업에 충실했던 학생이 결국 좋은 학교에 합격한다.”

방과후 학교 4대1 평가 시스템
 방과후 학교와 자율학습이 그 자신감의 핵심이다. 세화고 방과후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4대1 평가 시스템이다. 4일 학습 후 반드시 하루는 평가를 치른다. 계속되는 평가를 통해 문제에 대한 적응력도 키우고 세부적인 성적 관리를 할 수 있다. 학교 수업만으로 성적을 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일부 예체능 특기생들을 제외하고는 100% 참여한다. 물론 자발적인 참여다. 강 교장은 “수준별 반 편성으로 자연스레 경쟁심이 유발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난다. 또 3학년을 대상으로 자율학습을 실시하는데 200석정도 비치된 자율학습실이 날마다 꽉 들어찬다. 공부에 의지가 있는 학생은 모두 참여한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한다.

 강 교장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노하우는 신문읽기와 독서다. “세상 보는 눈을 균형감 있게 가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신문읽기다. 그리고 독서인증제, 독서 이력카드, 시사 인증제 등을 실시해 학생들의 소양과 상식수준을 높인다. 비단 대학 입시뿐만 아니라 미래를 이끌 인재의 기본적인 자질을 닦는데 꼭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세화고는 현재 자율형 사립고 전환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상위권 학생이 특목·자사고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일반고가 좋은 대학 진학성적을 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세화고의 올 신입생 중 내신 성적 상위 1.7%이내인 학생이 총 8명이다. 특목고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이후 계속돼온 현상이다. 그런 와중에 올해 추가 합격자 포함 서울대에
18명을 합격시켰다. 90년 처음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로 서울대 454명(연평균 22.7명), 연세대 874명(연평균 43.7명), 고려대 744명(연평균 37.2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강 교장은 이에 대해 “척박한 환경에서 학교가 올린 쾌거”라며“담임과 교과교사 전체를 입시전문가화 하고, 입학 때부터 만들어온 고교생활 이력서를 토대로 교내·외 경시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등 체계적으로 학생들의 경력 관리를 한것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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