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쌀쌀 뇌졸중 급증…한해 3만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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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일 아침 일찍 집근처를 산책하던 金모 (74.서울송파구마천1동) 씨는 갑자기 쓰러져 서울송파구잠실동 경원대 한방병원에 입원했다.

진단 결과 金씨는 집안일로 스트레스를 받은데다 쌀쌀해진 날씨속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뇌출혈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朴모 (55.성남시신흥동) 씨도 기온이 갑자기 떨어진 지난해 10월 평소처럼 집 근처 공원에서 운동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돼 지금까지 투병중이다.

잠실병원 전찬용 (全燦鎔) 심계내과 과장은 "지난주부터 뇌졸중환자가 7, 8월보다 2~3배 늘었으며 여름에는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환자가 많고,가을.겨울에는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환자가 많다" 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경희대병원을 찾은 뇌졸중 환자는 7월 1백67명, 8월 1백57명, 9월 1백76명에서 10월 들어 2백2명으로 크게 늘어 가을철 환절기에 급증했으며 11월엔 1백73명, 12월엔 1백78명이었다.

선진국에서는 줄어들고 있는 뇌졸중 환자가 정부의 무관심 속에 우리나라는 계속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95년 한해 사망자 (23만8천1백32명) 의 15%인 3만6천61명 (사망원인 1위) 이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뇌혈관 질환으로 숨졌다.

또 인구 10만명당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81년 43.6명꼴에서 95년 79.7명꼴로 약 1.8배나 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은 남성흡연율.당뇨병 발생률이 세계 1위고 음주율.소금섭취율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는등 여러 조건이 뇌졸중을 일으키기 쉽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오창완 (吳昌完) 교수는 "최근 뇌졸중의 일종인 '지주막하출혈' 환자가 부쩍 늘고 있으며, 특히 노인들은 조심해야 한다" 고 경고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우리 정부의 뇌혈관 질환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시피한 실정. 연세대 보건대학원 서일 (徐一) 교수는 "정부가 고혈압.콜레스테롤의 관리요령과 금연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하면 뇌졸중 환자수를 1년에 1만명 이상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뇌졸중에 대한 전국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으며 뇌졸중.고혈압등 순환기질환의 예방.교육.연구를 위한 올해 예산도 국립보건원 약 6억원, 성인병예방협회 4천5백만원이 전부다.

반면 미국은 '고혈압예방 프로그램' '콜레스테롤예방 프로그램' 등을 통해 72~94년 사이 뇌졸중 환자수를 59%나 줄였다.

올해 예산도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에 13억2천만달러, 국립신경계질환및 뇌졸중연구소에 6억7천만달러를 지원했다.

이는 한국 투자액의 2천7백77배에 해당하며 한.미간 국내총생산 (GDP) 의 차이를 감안해도 약1백74배나 되는 액수다.

복지부 전병률 (全柄律) 질병관리과장은 "내년에는 국민건강증진기금 15억원을 지원하는등 뇌졸중등 성인병예방 관리사업을 강화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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