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찰 때리고 돈지갑 빼앗은 시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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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공무 집행 중이던 경찰관들이 시위대에게 집단 폭행 당하고, 그중 한 명은 무전기와 지갑까지 빼앗겼다고 한다. 불과 몇 분 뒤 지갑에 들어 있던 신용카드는 점퍼와 담배를 구입하는 데 사용됐다. 그제 용산 참사 관련 도심 시위 도중 벌어진 범죄다.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달 전엔 용산 참사 사망자 분향소 주변에서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들이 경찰관을 납치해 30여 분간 감금·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촛불 시위 때 시위대가 어린 전경들의 옷과 헬멧을 벗기고 구타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경찰 버스를 부수고 불태우는 일 정도는 이미 다반사가 됐다. 그런데 이제는 경찰을 때리고 지갑을 빼앗는 지경에까지 온 것이다. 시위대의 소행이 맞다면 떼강도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우리 사회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따른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다. 폭력 시위가 그런 악순환을 부추기고 있다. 공무집행방해사범 통계만 보더라도 2003년 7395명이던 것이 2007년 1만3803명, 지난해 1만5646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런데도 구속률은 2003년 25.9%에서 지난해 9.7%로 격감하는 추세다. 불법에 물렁하게 대응한 결과다. 공권력이 훼손당하는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오늘 취임하는 강희락 신임 경찰청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상 어디에도 선진국치고 경찰이 멱살을 잡히고 두드려 맞는 나라는 없다”며 “법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첫 조치로 이번 불법 폭력 시위부터 단호하게 대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