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 "한중FTA 지지" 발언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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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츠(59)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FTA가 조기에 체결될 수 있도록 양측이 서로 마주보고 노력하자(相向而行)"고 말했다. 이는 2007년부터 양국이 2년째 계속해온 산·관·학 연구를 조기에 매듭짓고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양 부장은 6일 오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본지 기자의 FTA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대답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해 4분기 한·중 무역량이 급감하면서 한·중 FTA에 속도를 내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양 부장은 "FTA를 위해 양국 산·관·학이 토론을 해왔다"며 "이러한 연구와 토론,나아가 담판을 빨리 추진해 (중·한 양국이)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는 것이 양국에 아주 적극적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부장은 이 대목에서 FTA 담판을 빨리하자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베이징 사무소 양평섭 소장(수석대표)은 "중국 외교부장이 담판이란 용어 까지 사용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FTA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양 소장은 그러나 "공동연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올해 한번 더 회의를 해야 하고 남은 이견을 조율해 공동 문안을 작성해야한다"며 "그런 다음에 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이 다소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중 양측은 2005∼2006년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중국의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이 민간 차원에서 연구했고 이어 2007년 3월부터 최근까지 2년간 양국 산·관·학 공동 연구를 진행해왔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양측은 대부분의 항목에서 의견 접근을 봤지만 농수산물 분야와 종합 결론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양제츠 외교 부장의 이날 발언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와중에 FTA를 적극 추진해 무역을 늘리자는 적극적인 세미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날 양 부장은 한·중·일 3자 협력과 자유 무역에 대한 소신을 거듭 강력하게 피력했다. 그는 "중·일 무역액이 지난해 2000억달러를 넘었고, 중·한 무역액도 2000억달러에 접근하고 있다"며 "서로가 시장을 더 개척하는 것이 금융위기 상황에서 3국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중·일 3국이 투자와 상품교역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와관련 3국 정상은 지난해 12월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만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기로 합의하고, 향후 12개월간 역내 수출입 규제를 새로 신설하지 않기로 했었다.

양 부장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북한이 '통신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을 주시하고 있다"며 "각국의 반응과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당사국들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유리한 일을 하길 바란다"고 말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양 부장은 북핵 6자회담에 대해 "2단계 행동을 마무리하고 3단계 회담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이 2005년 9·19 합의에 따라 서로 노력하자"고 촉구했다.그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6자회담을 중시하고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6자회담에 일부 어려움이 있지만 이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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