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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개혁현장…독자들에 더 가까이 스포츠섹션 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경쟁에는 끝이 없다.

중앙일보가 처음으로 국내신문에 섹션시대를 열어 끊임없는 변혁을 시도하듯 세계의 유력지들도 이 시각 '뼈를 깎는' 변신을 계속하고 있다.

탈바꿈의 화두 (話頭) 는 물론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앞서 짚어내고 독자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라" 는 것이다.

서로가 앞다퉈 섹션을 보다 다양화하고 컬러를 도입하며 마감시간을 늦춰 더 새로운 정보를 담기에 바쁘다.

지난 15일 20년만에 과감한 개혁을 시도한 미국 뉴욕 타임스를 비롯해 워싱턴 포스트, 프랑스의 르 몽드등 세계 일류 섹션신문들의 신문개편 물결을 소개한다.

지난 14일 (현지시간) 오후8시쯤 미국 뉴욕시 맨해튼 42번가 타임스퀘어의 뉴욕 타임스사 3층 편집국. 빌 켈러 편집국장 책상 주변에 모여든 간부들의 표정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창간 이래 한세기만여의 변신. 1백년을 넘게 이어져 오던 흑백 지면의 일부가 컬러로 모습을 바꾸는 날이었다.

얼마 뒤 웅성거림 속에 갓 인쇄된 초판 신문이 배달됐다.

약속이나 한듯 저마다 스포츠와 아트 섹션부터 펼쳐들었다.

미국 볼티모어 레이븐스 미식축구팀이 시합 종료 34초전 역전골을 성공시키고 환호하는 장면이 화려한 컬러로 채색돼 있었다.

"좋은데 - ." 짧은 탄성이 잇따랐다.

뉴욕 타임스 컬러시대의 서막이 시작된 것이다.

그로부터 수일. 뉴욕 타임스의 행정담당 부국장 존 게비스의 얼굴은 지금 활짝 펴있다.

노심초사했던 '변신' 에 대한 반응이 청신호이기 때문이다.

뉴욕시 브롱크스의 초등학교 교사 신디 힐스 (28) 는 "산뜻한 컬러사진에 풍성해진 섹션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고 평했다.

미 해외정보국 (USIA) 직원인 앨리슨 그룬더 (36) 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호감이 간다" 고 말했다.

독자들 뿐만 아니라 광고주들로부터도 호의적인 응답이 주류다.

세계 제1의 권위지를 자임하는 뉴욕 타임스지만 스스로 새로워지려는 노력에는 쉼이 없다.

"신세대 독자를 위한 뉴욕 타임스의 재창조. " 아서 술즈버거 뉴욕 타임스 발행인이 밝히는 이번 뉴욕 타임스 변신의 의미와 평가다.

더 주목되는 일은 뉴욕 타임스가 지면의 컬러화와 더불어 기존 섹션체제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댔다는 사실이다.

우선 주중 4개 섹션을 6개 섹션 (월요일만 5개 섹션) 으로 세분화하고, 새로운 섹션을 대거 선보였다.

스포츠섹션의 경우 매일 독자적인 섹션으로 발행되면서 (지금까지는 메트로나 경제섹션등에 더부살이를 해왔다) 경기 전적과 갖가지 경기 관련 통계를 크게 늘렸다.

아이러 버코.데이브 앤더슨등 저명 스포츠 칼럼니스트의 글을 많이 싣는가 하면 빅 이벤트의 경우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화끈하게 보도하기로 했다.

역시 독자섹션을 갖게 된 예술섹션의 경우에도 공연 리뷰와 비평이 강화되고, '팝 라이프' 'TV노트' 등의 난 (欄) 이 신설됐다.

할리우드의 소식에 정통한 LA지역 영화.TV 전문 리포터및 칼럼니스트를 (객원기자로) 최대한 확보해 활용키로 했다.

이밖에도 '다이닝 인 다이닝 아웃' (음식.식당 가이드) '하우스 앤드 홈' (집안 꾸미기와 부동산정보) 등의 새로운 섹션이 주1회 발행된다.

뉴욕 타임스가 섹션 세분화를 통해 노리는 것은 무엇보다 '스포츠와 예술섹션의 강화' 다.

뉴욕 타임스는 종전부터 스포츠섹션이 가장 처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젊은 독자들은 큰 스포츠경기가 있은 다음날이면 뉴욕 포스트나 뉴욕 데일리뉴스등 '스포츠가 강한 신문' 을 많이 사봤다.

뉴욕시내 지하철에서 지식층으로 뵈는 상당수 독자들이 뉴욕 타임스 대신 뉴욕 포스트를 펴들고 스포츠기사를 열심히 읽는 '현실' 을 뉴욕 타임스는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뉴욕 타임스가 독자들에게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사 마감시간을 최소 1시간45분, 최고 3시간가량 늦춰 심야 사건뉴스와 야간경기 결과를 더욱 철저히 커버하기로 했다.

기사마감이 3시간 연장되면 동부에서 발행되는 지면에 서부 태평양 연안지역의 경기결과를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독자 '서비스' 는 한층 제고되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의 이번 개혁은 평지돌출로 불거져 나온 것이 아니다.

뉴욕 타임스의 발행부수는 현재 주중에는 1백10만부, 주말에는 1백60만부 정도다.

지난해에 비해 주중의 경우 4.2%, 주말에는 5.8%가 감소한 수치다.

당연히 위기감이 고조됐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는 인식이 확산됐다.

영상매체및 컴퓨터시대의 만개 (滿開) 로 점점 인쇄매체에서 이탈하고 있는 젊은층 독자들을 다시 불러모으기 위한 쪽에 방향과 목표를 잡았다.

개혁적 변신작업은 올해초부터 본격 시동됐다.

이번 개혁조치는 따라서 워싱턴.보스턴 지역판 발행 (2월) , 산하 잡지들 가운데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6개 잡지의 매각처분 (3월) , 40대 젊은층의 편집국 국장단 전진배치 (5월) 등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장차 신문사의 간판상품이 될 인터넷 전자신문에 대한 개발.투자도 몇년전부터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는 과제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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