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법리적 판단 해야지 여론에 휘둘릴 문제가 아니다” 이용훈 대법원장 문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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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용훈(사진) 대법원장은 6일 신영철 대법관이 판사들에게 e-메일을 보냈던 것과 관련해 “사법행정으로 볼지, 재판에 대한 압력으로 볼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철저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법원장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신영철 당시 법원장의 업무보고 때 어떤 말을 했나.

“‘판사가 위헌 제청한 것도 존중돼야 하고, 합헌이라 생각한 부분도 인정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말했다. 판사들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면 위헌심판을 제청해야 한다. 위헌이 아니라면 재판을 계속하는 것이 맞다. 한 사람의 의견이 법원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표출되는 것은 옳지 않다. ”

-후배 판사들은 신 대법관의 e-메일을 압력으로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법원장·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은 어려운 점이 있다. 상관이 사법 행정 차원에서 재판을 독려한 것인지, 재판에 대한 압력인지에 대한 민감한 문제다. 촛불 시위 사건이어서 더욱 민감하게 보는 측면도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 사건 같은 일반 민사사건이었다면 법관들의 재판이 지연될 때 법원장이 뭐라고 얘기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

-e-메일에서 대법원장의 의견이 언급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내가 한 얘기는 한 사람의 의사가 사법부 전체의 의사인 양 비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위헌제청한 사람의 의견도 존중해야 하며, 이 같은 의견들이 집약된 곳이 사법부라고 생각한다. 당시 내 말을 어떤 취지로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신 대법관은 지난해 10월 14일 판사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대법원장도 제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고 적었다.)

-사법행정인지, 간섭인지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하나.

“판사들도 느끼는 게 서로 다르다. 사실 관계를 파악해 법리적으로 냉정하게 해야지 여론에 휩쓸릴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판결에 오자가 있을 때 법원장이 그걸 고치라 얘기할 수 있다. 법률 조문 잘못 적용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걸 간섭으로 느끼는 것은 곤란하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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