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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복원 목재 왜 소나무만 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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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북 울진군 소광리 소나무 숲에서 자라고 있는 아름드리 금강송.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숭례문 복원을 계기로 소나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 숭례문 복원용으로 강원도 삼척 준경묘의 금강송이 벌채되는가 하면 개인들의 소나무 기증이 줄을 잇고 있다. 숭례문 복원용 목재는 왜 소나무만을 쓰는 것일까? 목질이 훨씬 좋고 고급으로 치는 느티나무나 수입 티크 등을 쓰면 안 되는 것일까?

◆문화재 복원에는 같은 목재 사용=국제 비정부기구인 이코모스(ICOMOS·세계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국제협의회)는 역사적인 가치를 갖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 동일한 수종의 목재와 품질을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문화 유산이 보수에 보수를 거치는 동안 목재 측면에서는 누더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코모스가 비정부기구인 만큼 이런 규정을 각국에 강제할 수는 없다. 이코모스의 규정이 아니라 해도 한국민과 소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 왔다. 세계적으로 한국·일본·중국이 소나무의 주 분포 국이며, 그중 한국이 중심국이다. 중생대 백악기 시절부터 한반도에 자생해 왔다. 소나무는 땔감에서부터 약재·목재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한국민과 같이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국민 목재’가 됐다.

그러나 주요 건축물의 기둥 등 핵심 목재의 수종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고려시대에는 목조 건축물 기둥의 55%를 느티나무로, 40% 정도는 소나무로 했다. 조선시대 후기로 갈수록 소나무 사용이 많아져 70% 이상에 이르렀다. 고려시대의 대표적 목조 건축물인 경북 부석사 무량수전의 기둥 모두는 느티나무, 조선시대의 궁궐·사찰 등의 목재는 대부분 소나무다. 숭례문에 사용된 목재 역시 모두 소나무다.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로 가면서 주요 목재가 느티나무에서 소나무로 옮긴 것은 느티나무의 공급량이 달렸기 때문이라고 국립산림과학원은 분석했다.

소나무의 수술(左)과 암술.

◆송진이 보존성 높여=송진은 소나무가 병해충에 대항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 중 하나다. 소나무 중 최고의 품질로 치는 황장목은 수령이 300~400년 된 소나무의 내부에 송진이 꽉 차 노랗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관 제작용으로 황장목을 사용했다. 송진은 수분 흡수를 막아 목재의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송진은 한때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높았다. 소나무를 자르고 난 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뿌리 부분에 송진이 큰 덩어리로 뭉친다. 이를 송근이라고 하며,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송근으로 만든 기름 ‘송근유’를 항공기 기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송진을 대량으로 채취하기 위해 소나무에 제초제를 주입하면 그 부근에 다량의 송진이 뭉쳐진다. 소나무가 제초제에 저항하기 위해 송진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목재와 송진을 동시에 얻기 위한 방법으로 임업에서 사용한다.

소나무 숯은 재가 적어 옛날에는 제철용으로 주로 사용했다. 이때 섭씨 600도의 고온으로 올라가는 시간이 짧으며, 급격하게 온도가 떨어지는 특성도 우수하다.

◆목재 가치 높고 가공 쉬워=목재로 사용하기 위한 나무는 전봇대처럼 쭉 뻗어야 가치가 높다. 그런 특성을 갖는 나무는 침엽수가 많다. 한반도에 자리 잡은 수종으로는 소나무·은행나무·주목·잣나무·가문비나무·전나무가 있지만 그중 소나무가 가장 많았고 강도도 가공하기에 적당했다. 그렇게 무겁지도 않아 운반하기에도 좋다. 소나무는 완전히 말렸을 경우 무게가 처음 벌채했을 때의 44%에 불과하다. 목재로 쓸 때는 수분이 13% 정도 되게 한다.


한국에 있는 소나무는 지역에 따라 동북형·금강형·중부남부평지형·위봉형·안강형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함경남도와 강원도 일부에 분포한 동북형과 금강산·태백산에 분포하는 금강형은 쭉 뻗어 목재로서 가치가 크다. 울산에 퍼져 있는 안강형은 난쟁이형이며 구부러져 있어 관상용으로 좋다.

◆소나무 산림 면적 급감=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산림지역의 60% 정도가 소나무였다. 지금은 25%로 급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정성호 박사는 “숲이 울창해지면서 햇빛을 받지 못하는 곳이 많아 어린 소나무가 후계목으로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나무는 햇빛이 적은 곳에선 클 수가 없다. 이 때문에 계획 조림을 하지 않으면 소나무 종주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은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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