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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소말리아 파병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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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 군은 베트남전부터 이라크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해외파병을 해왔다. 하지만 전투상황이 아닌 평상시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전투부대를 해외에 파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수역을 연간 450여 차례 통과하는 한국 선박의 안전한 해외활동을 위해 직접 우리 해군의 전투함정이 나선 것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표출된 것이다.

이번 구축함 파견은 세계 해양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함으로써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 해군이 가는 아덴만을 비롯한 홍해·아라비아해·오만만에는 이미 미국·영국·일본 등 20여 개국의 군함이 파견돼 항구적 자유작전(OEF) 및 해양안보작전(MSO)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파견으로 9·11 테러사태 이후 해양안보를 위해 그곳 해역에서 다국적 해군작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노력에 실질적 협력을 함으로써 한·미 동맹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물론 이역만리 해역에서 이뤄질 해군의 해상작전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전시 작전이 아닌 평시 선박호송이 주임무지만 대양에서의 작전경험이 없는 한국 해군으로서는 생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부터 직접 전투근무 지원을 받지 못하는 낯선 작전환경에서 해적소탕이라는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특히 해적출현이 잦은 소말리아는 해안선이 3000㎞가 넘고 활동하는 해적만도 5개 단체, 약 1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말리아 해역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고 있는 해적선들이 어선 또는 해안경비대 선박으로 위장해 활동한다면, 이들과 민간 선박을 구분해 대응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울 건 뻔하다.

이 같은 어려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우리 군에서 준비한 대로 해당 수역에서 작전 중인 미 제5함대는 물론 다국적 해군과의 연합작전 체제를 확립해 원활한 정보교환과 군수지원을 꾀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군사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관련국들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확립함으로써 민·관·군이 통합된 연합작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파견을 계기로 향후 한국 해군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양작전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본다. 이는 대양에서 유관국과의 연합작전은 물론 필요시 단독작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해양과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이 위협 받는 상황이 닥쳤을 경우 단독작전을 펴서라도 이를 보호해야 한다. 이럴 경우 최적의 수단은 해군력이 될 수 있다. 해군은 해양에서의 자유와 기동성·융통성 등을 갖춰 언제든지 자유롭고 유연하게 작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양에서 국익증진을 위한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된 지 이미 오래다. 탈냉전 이후 도서 영유권 문제와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획정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세계화와 더불어 해적과 같은 해양안보 위협 세력이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현실로 다가왔다. 이러한 위협이 증대됨에 따라 해군의 원정작전 수요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전시엔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고, 평시엔 대외정책을 지원할 수단으로서 해군의 대양작전 능력 확보는 필수적이다. 한국 해군이 입체작전 능력을 갖춘 기동함대 건설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호섭 해군대학 교수(전략·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