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고속철 지하역사 재고해야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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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부고속철도 건설이 건설비.공기, 그리고 부실공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것은 모두 준비부족에 그 큰 이유가 있다.

해방후 40여년간 방치해오던 철도를 단군 이래 최대의 공사라는 경부고속철도 공사로 갑자기 휘몰아치니 경제성.노선결정.공사방법, 특히 전문인력 부족등 모든 면에서 문제가 생기고 일은 황당무계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구와 대전 통과 노선도 처음 계획에서는 모두 지상 통과였다.

이들 대도시들의 외곽부로 우회하는 노선으로 지상화하고 그 주변은 새로운 도시로 개발한다는 생각이었다.

공사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공사비의 일부 염출도 가능하리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이는 사업확정단계에서 간단히 무산돼 버리고 현재의 철도처럼 도심을 통과하는 지상 노선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도심을 양분하고 소음과 진동등으로 시달릴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해지자 여론에 놀란 정책수립자들은 다시 지하화라는 생각으로 돌아섰다.

소요비용.공법.공기와 환경문제등을 깊이 검토하지 않은채 이리저리 계획을 바꿔 온 것이다.

브리핑 차트에 문항을 나열하고 필요에 따라 쉽게 지웠다 다시 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 일이 진행돼 왔다.

구미 선진국들에서는 도심을 관통하는 노선보다 외곽에서 진입해 왔다 다시 돌아나가는 노선이나 또는 우리의 처음 계획처럼 외곽지역 지상으로 통과하는 노선으로 건설돼 있다.

보통 철도에서도 지하로 도심에 진입하는 노선은 거의 없다.

하물며 최고 시속 3백㎞로 주행하는 고속전철이 지하로 달린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전례도 없다.

여론을 설득하는 정치지도력 부재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지역의 노선 지하화는 전체 공사비와 공기를 크게 늘리는 요인이다.

대구와 대전의 지하화구간 총 40㎞는 거리로는 전체노선의 10분의1정도밖에 안되지만 공사비는 거의 6분의1에 달한다.

수정계획의 총공사비 17조6천억원중 1조8천억원이 이들 지역의 역사를 지하화하는데 추가되는 비용이다.

공사기간도 3년정도 지연된다.

결국 대구.대전역사를 지하화함으로써 고속철도의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안전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터널 통과시 청각장애는 중대한 안전문제가 되고 있다.

전체 노선의 30%정도가 터널이며 거기다 이 도시들의 통과 노선마저도 지하화되면 이 문제는 고속철도의 안전운행을 크게 위협할 수도 있다.

그리고 승객들의 철도여행 즐거움은 철로변에 전개되는 차창밖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이것들이 모두 없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터널속을 주행할 때 발생하는 공기 저항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전력증대로 인한 운행비용 상승도 무시할 수 없다.

환기.청소등 관리운용의 문제도 함께 발생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경부고속철도 사업은 문제가 많은 사업이다.

선진국의 10배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사비, 타당성이 없는 예상 승객수와 정치적으로밖에 책정할 수 없는 운임수준등의 문제가 있다.

또 21세기에 나타날 자기부상 (磁氣浮上) 이라는 새로운 기술발전에 대응해야 하는 문제도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거기다 대구.대전 노선의 지하화문제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일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정치지도자들로부터 비롯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깊이 생각하고 조사하고 연구해 결론을 내야 한다.

박병소 서강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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