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 놀자] 갑자기 몰린 돈은 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대규모 자금 유입이 펀드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분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영향이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해 꾸준하고 안정적인 자금 유입은 펀드 수익률에 긍정적이지만 급격한 유입은 대개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1년 전 중소형주 펀드의 대규모 자금 유·출입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자금 유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렇다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유입된 자금으로 이미 보유하고 있던 중소형 주식을 매입하게 되면 그 주식의 가격이 상승해 펀드가 시장 초과 성과를 내게 됩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런 경우 대규모 자금 유입은 펀드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가수요에 의해 상승한 주가는 상승 요인이 사라지면 제자리를 찾게 돼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만일 가수요에 의한 이상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보유하지 않은 종목을 매입할 경우 대체종목 발굴 과정에서 소요되는 지체현상 때문에 주식 비중이 낮아지게 됩니다.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때는 강세장일 경우가 많으므로 낮은 주식 비중은 펀드의 수익률 부진으로 연결됩니다. 이래저래 주식펀드에 있어 대규모 자금 유입은 펀드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말입니다.

시장가격이 아닌 장부가 평가 펀드인 머니마켓펀드(MMF)는 다른 이유 때문에 대규모 자금 유입을 꺼립니다. 특히 시중금리가 급락(채권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MMF로 자금이 몰릴 때는 아주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합니다. 지난해 말까지 급등하던 시중금리는 1월 중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갈 곳 잃은 시중자금은 MMF로 대거 몰려 1월 한 달간 69%의 자금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1월 중 자금 증가율 상위 5개사의 1개월 수익률(연 환산 기준)은 전월 수익률보다 1.13%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반면 증가율 하위 5개사의 경우 0.72%포인트 하락에 그쳤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1조원짜리 MMF 2개가 있다고 칩시다. 하나는 1개월 사이 1조원을 추가로 받았고 다른 하나는 현상을 유지했습니다. 이때 금리는 5%에서 3%로 급락했습니다. 이 경우 자금을 추가로 받은 MMF는 3%짜리 채권 1조원을 추가 매입하게 되므로 펀드의 이자율은 4%로 낮아집니다. 이에 비해 자금 변화가 없는 MMF는 처음처럼 5%의 수익률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MMF나 주식형 펀드도 급격한 변화를 싫어하는 점에서는 생명체나 진배없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