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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개혁 실무형' 개각 단행…대장상·방위청장관은 유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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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도쿄 = 노재현.이철호 특파원]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는 11일 관방장관에 무라오카 가네조 (村岡兼造) 국회대책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대폭적인 당정개편을 단행했다.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외상에 이어▶호리우치 미쓰오 (堀內光雄) 통산상▶시모이나바 고키치 (下稻葉耕吉) 법무상▶마치무라 노부다카 (町村信孝) 문부상등이 새로 내각에 들어왔다.

금융개혁을 이끌어 온 미쓰즈카 히로시 (三塚博) 대장상과 미.일방위협력지침 (가이드라인) 개정작업을 총괄해 온 규마 후미오 (久間章生) 방위청장관등은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유임됐다.

하시모토총리는 또 보수대연합파의 반발을 물리치고 가토 고이치 (加藤紘一) 간사장.야마사키 다쿠 (山崎拓) 정무조사회장.모리 요시로 (三喜郎) 총무회장등 자민당3역을 유임시켜 향후정국을 자민.사민.사키가케의 3당연립파를 중심으로 운영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새로 발족한 하시모토 내각은 국가6대개혁과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등 굵직한 현안처리를 염두에 둔 '개혁실무형' 내각으로 평가된다.

또 자민당내 최대파벌을 이끌고 있는 오부치외상과 미쓰즈카 대장상을 내각에 끌어들여 중량감을 배가시켰다.

그러나 파벌 안배라는 구태 (舊態) 도 여전해 하시모토총리와 보수대연합파의 나카소네 야스히로 (中曾根康弘) 전총리는 록히드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토 고코 (佐藤孝行) 자민당 행정개혁추진본부장의 총무청장관 입각을 놓고 막판까지 갈등을 빚었다.

하시모토총리는 지난 2년간 국회운영에 공이 컸던 무라오카를 내각의 핵심인 관방장관에 임명해 사민당.사키가케등 연립파트너와의 관계증진을 도모했다.

특히 사민당은 행정개혁의 핵심인 중앙성청.정부투자기관의 축소.폐지에 반대하는 노조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고,가이드라인 적용범위의 확대에도 반발하고 있어 자민당이 무마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새 내각도 기본적으로 보수적 색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교과서내 종군위안부 기술 (記述) 을 반대하고 있는 '밝은 일본 국회의원연맹' 출신의원들이 문부.법무.통산.자치성장관등에 전진배치됨으로써 한국.중국등 주변국의 우려를 사고 있다.

오부치 신임외상은 이같은 시선을 의식해 취임 직전 '다함께 야스쿠니 (靖國) 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모임' 의 회장직을 사임했다.

한반도정책과 관련해 새 내각은 한국.미국등 주변국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북한.일본관계를 풀어 나간다는 '협조와 균형' 원칙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시모토총리는 물론 오부치외상도 남북및 북.미 관계에 맞춰 대북 (對北) 정책의 속도를 조절한다는 입장이어서 대 (對) 한반도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이번 당정개편의 최대 승리자는 가토간사장. 3당연립파의 중심인물인 그는 당의 인사.재정.국회대책을 관장하는 간사장을 3기째 연임함으로써 자타가 공인하는 차기 총리후보 1순위 자리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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