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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기업의 경영자 만들기]上. 유능인물 영입엔 '국적불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경쟁력있는 기업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그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유능한 경영자의 확보다.

이 때문에 일찍이 전문경영인 제도가 정착된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보다 더 유능한 경영인을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편 기업 내부적으로 유능한 관리자들을 기르기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독일 기업들도 최근 사외이사제 강화를 통해 능력위주로 전문경영인을 발탁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일본 기업들도 연공서열식 경영을 벗어난 새 경영기법 도입에 한창이다.

닛케이 (日經) 비즈니스 최근호 (9월1일자)가 보도한 사례를 중심으로 선진국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본다.

지난 94년6월 미국의 의료기기업체인 벡톤 디킨슨사의 레이몬드 길마틴 사장이 세계 최대의 제약업체인 머크사의 사장겸 최고경영자로 영입됐을때 미국 언론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놀랍다' 는 것이었다.

당시 머크사의 한해 매출액은 벡톤 디킨슨사보다 4배나 많았다.

게다가 머크사는 당시 사상 최초로 외부인사를 최고경영자로 맞이하는 터였다.

그러나 미국 기업계에서 이는 그다지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길마틴 사장의 경우처럼 '놀랄만한' 영입 케이스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5년6월 AT&T사는 필립스의 중역으로 일하던 라스 나이버그를 계열사인 GIS사의 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나이버그 사장은 당시만해도 미 기업계에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스웨덴인으로 네덜란드 회사인 필립스의 경영에 참여했던 그를 발탁한 것처럼 국경을 넘은 영입 케이스도 드물지 않다.

미 기업사회에서 이처럼 획기적인 인사가 가능한 것은 경영효율을 위해서는 철저히 능력위주로 사람을 뽑는다는 '원칙' 이 서있기 대문이다.

대부분의 주요 미국 기업 경영진들은 5년후의 사업 계획을 미리 설정하고,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를 찾아 나선다.

기업들은 내부에서 마땅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유사업종 기업이나 거래처 기업을 중심으로 인재 물색에 나서고, 헤드헌터들에게도 의뢰하는등 몇년전부터 다각적인 노력을 편다.

후보자에 대해서는 연령.학력.경력은 물론 주변으로부터의 평가및 주요 업적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진다.

이렇게해서 압축된 3~4명의 후보중에서 이사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최고경영자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풍토때문에 미국에는 이른바 '경영자 전직 (轉職) 시장' 이 형성돼 있어 비틀거리는 기업들이 필요한 전문경영인을 구하는 관행이 보편화돼 있다.

미국의 최고경영자는 영입후에도 계속 능력을 검증 받는다.

오히려 최고경영자 자리에 앉고 나서부터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평가가 좋았어도 실제 기업 경영에서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면 언제든 자리에서 물러나야하기 때문이다.

미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는 부하직원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업무 목표를 설정해놓고 달성도를 평가해나가면서 자신의 업무 능력을 평가한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미 기업 사회에 사외 (社外) 이사 제도가 발달해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 92년4월 있었던 이른바 'GM사의 반란' 이다.

당시 GM사의 경영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GM의 사외이사들은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로버트 스템펠 회장에 반기를 들고 결국 그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었다.

이밖에도 웨스팅하우스.IBM.코닥등 거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사외이사들에 의해 밀려난바 있다.

미 정부 정책도 사외이사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미 증권관리위원회 (SEC) 는 지난 92년 최고경영자의 급여를 결정하는 기업의 급여위원회 멤버는 반드시 사외이사들로 구성하도록 결정했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주주나 사원들의 압력도 만만치않다.

최고경영자가 제대로 경영을 못할경우 주주들이 주주총회등에서 경영진에 압력을 가하고, 사원들도 경영진의 경영에 대해 불만이 있을 경우 제동을 걸 수 있는 기업문화가 일반화돼있는 것도 미 기업의 최고경영자 능력을 단련시키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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