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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社 수십억 들여 신토불이 만화 제작할 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평일 저녁 어린이시간대 TV를 켜면 화면만으로는 미국인지 일본인지 구분할 수 없다.

만화영화 때문이다.

'달의 요정 세일러문' '스파이더맨' '슈퍼K' '요술천사 피치' '숲속의 백설공주' 속에 우리 만화영화가 설 자리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30분짜리 한편 만드는데 국내 제작비는 대략 7천만원, 일본에서 사오면 그 20분의 1 가격. 이 단순한 논리에 우리 만화영화는 고사 (枯死) 직전이다.

만화는 나라를 떠나서 어린이들의 보편적 정서를 표현한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만든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 어린이들은 안방을 온전히 차지한 미국.일본 만화영화를 보며 '외제 꿈' 을 먹고 산다면 과언일까.

'달의 요정 세일러문' 종영소식에 최근 PC통신이 재방요구로 들끓고 있는 것은 우리 꿈나무들의 일본만화영화 중독 실태를 보여주는 사례중 하나일 뿐이다.

최근 방송 3사가 국산만화영화 제작.방영에 다시 나서고 있는 것은 뒤늦은 감이 없지않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KBS는 대원동화.금강기획과 함께 SF물 '녹색전차 해모수' 를, 한신코퍼레이션과 '꼬비꼬비 3' 를 준비하고 있다.

30분물 26편 시리즈인 '녹색전차 해모수' 는 환경을 되살려주는 7개 크리스탈을 찾으려는 어린이들과 이를 빼앗으려는 나쁜 과학자와의 대결을 그린 모험담. 중견 SF작가 김재환의 '컴뱃메탈 해모수' 가 원작으로 출판만화 기획단계에서부터 만화영화를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 대원동화 안현동 사장의 설명이다.

총 제작비는 26억원으로 KBS가 50%, 대원동화와 금강기획이 각각 25%씩 부담하고 있다.

12월5일 2TV 방영예정. 매년 한편씩 제작하고 있는 '꼬비꼬비 3' 는 전래 도깨비 얘기를 소재로 한 동화로 이번 12일 저녁부터 매주 금요일 13번에 걸쳐 방송된다.

전량 컴퓨터 디지털 제작. MBC는 우리 고유의 전래동화와 설화를 소재로한 '콩딱쿵 이야기주머니' 와 성교육 만화영화 '귀여운 쪼꼬미' 를 준비중이다.

이 두 작품은 지난 5월 프랑스 안시에서 열린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견본시에 출품돼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함께 기획한 '콩딱쿵…' 은 '은혜갚은 두꺼비' '젊어지는 샘물' '구미호' 등 12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는 10월 방송 예정. '둘리' 김수정의 '쪼꼬미' 를 원작으로 한 '귀여운 쪼꼬미' 는 모두 13편으로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신체변화등 기초적인 성교육 내용을 가족사랑.자연사랑속에 담아 내고 있다.

희원상사와 게이브 미디어가 함께 만든 작품으로 내년 1월 방송된다.

이와 함께 케이블TV 투니버스가 26억원을 들여 제작한 30분짜리13부작 '영혼기병 라젠카' 가 10월27일부터 MBC를 통해 방영된다.

투니버스는 우선 지상파를 통한 만화영화 홍보를 위해 MBC에 팔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판매가격이 편당 4백만원선에 그쳐 만화계에서는 방영권을 너무 싸게 매긴 것이 아니냐며 볼멘 반응이 일고 있다.

SBS는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리모콘자동차를 조종하는 오토롤러 게임을 통해 초등학생들의 스포츠맨십과 우정을 그린 '스피드왕 번개' 를 내년 3월 방영한다.

이를 위해 국산만화영화로는 처음으로 프리 (PRE).메인.포스트등 만화영화의 단계별로 각각 전문기획사가 담당하는 '만화영화 풀제작시스팀' 을 구축했다.

즉 기획은 SBS 만화영화 제작팀이, 원화.동화.채화등은 애니마삼원과 심스애니메이션이, 후반작업인 음향.녹음.주제가등은 SBS프로덕션에서 맡는 형식. 30분물 26편으로 총 제작비는 26억원. SBS는 이밖에도 환경.성인.시사애니메이션등 다양한 만화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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