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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술마시는 장면에 냉장고로 달려가는 사람 많아

중앙일보

입력

  TV 드라마에서 흡연 장면이 사라진지 벌써 7년째이지만 음주 장면은 여전히 자주 나온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바에서 양주 잔을 기울이는 장면은 단골 메뉴다.

국내에서는 TV 광고의 경우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맥주ㆍ양주에 대한 광고를 할 수 없다(라디오는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오전 8시까지 주류 광고를 할 수 없다).

주류에 대한 방송 광고에 대한 조건도 까다롭다. 등장 인물은 20세 이상이어야 하고 CM송도 틀 수 없다. 경품류 제공이나 할인 판매에 대한 암시를 할 수도 없다. 또 알코올 도수 17도 이상의 소주나 양주는 광고를 내보낼 수 없다. 맥주나 산사춘, 백세주, 화랑, 백화수복, 청하, 설화 등은 알코올 도수 17도 이하여서 광고가 가능하다.

TV 드라마나 영화, TV 광고에서 술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올수록 이를 보는 시청자들도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니메겐 라드부드대 행동과학연구소의 발달정신병리학 전공 럿거 엥겔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알코올과 알코올 중독’저널 4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영화나 TV 광고에서 매우 중요한 장면에서 술마시는 모습을 본 사람은 즉시 냉장고로 달려가 맥주나 와인 한 병을 꺼내 마셨고 음주 장면이 비교적 덜 중요하게 취급된 영화나 TV 광고를 본 사람에 비해 평균 1.5병 더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8~29세의 남자 대학생 80명을 20명씩 A, B, C, D 등 네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실에 마련한‘홈 시네마’에서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보게 했다. 2명씩 친구를 동반하게 했고 맥주ㆍ와인 등 알코올 음료와 콜라 등 비알코올 음료를 넣은 냉장고를 곁에 두고 마치 집에서 친구들과 편한하게 영화나 TV를 보는 느낌이 들게 했다. A 그룹은 등장인물들이 18회나 술을 마시고 술병을 23회나 클로즈업한 영화‘아메리칸 파이’를 본 다음 알코올 광고를 보았다. B 그룹은 ‘아메리칸 파이’를 본 다음 주류가 등장하지 않는 광고를 시청했다. C 그룹은 등장 인물이 술 마시는 장면이 세번 나오고 술병이 15회 나오는 영화‘40 데이즈 40 나이트’를 본 다음 알코올이 포함된 광고를 시청했다. D 그룹은 ‘40데이즈 40나이트’를 보고 알코올이 없는 광고를 보았다.

1시간 후 알코올이 나오는 영화와 광고를 본 그룹은 200㎖짜리 술을 평균 3병씩 마셨다. 알코올이 나오지 않는 영화와 광고를 본 그룹은 평균 1.5병씩 마셨다. 술을 한 병도 안 마신 사람도 있었고 무려 4병까지 마신 사람도 있었다.

연구팀은 “영화나 TV 광고에 등장하는 음주 장면은 음주에 대한 태도와 행동기준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을 일으켜 실제로 술을 마시게 한다”며 “TV광고에서 특정 상표의 맥주가 나오면 다음에 수퍼마켓에 갔을 때 그 맥주를 구입하는 경향이 높기도 하지만 그 제품이 아니더라도 즉시 냉장고로 가서 맥주를 꺼내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음주 장면이 나오는 영화나 TV 드라마, 광고를 금지할 수는 없겠지만 음주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특히 청소년에 대한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며 “사회 전체적으로 음주를 줄이려면 TV광고나 드라마에서 음주 장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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