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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개혁’ 꺼낸 MB “농림장관이 양복 왜 입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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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뉴질랜드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3일 ‘농업 개혁’을 화두로 꺼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농촌은 투자에 비하면 농산물의 경쟁력이 썩 높지 않다”며 “한국의 전반적인 농업정책은 지원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첫 일정으로 오클랜드의 식물·식품 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뉴질랜드의 농업 개혁을 거론하면서 한 얘기다.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왼쪽 사진左)이 3일(현지시간) 사티아난드 총독관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전통 춤을 추는 원주민 마오리 전사에게 창 촉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공식 환영식에서 마오리 전사와 코를 부드럽게 맞대는 전통방식(Hongi)으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 [뉴질랜드=오종택 기자]


뉴질랜드의 농업은 1980년대 보조금 축소·철폐와 시장지향형 경쟁구조 구축 등 각종 개혁 조치를 통해 높은 국제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업 개혁이란 주제는 한·뉴질랜드 정상회담 석상에서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존 키 뉴질랜드 총리에게 “이번에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동행시킨 것은 뉴질랜드의 농업 개혁 성공 사례를 배우기 위해서”라고 말을 꺼냈다. 키 총리는 “농업 개혁이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한국이 원한다면 뉴질랜드 농림부 장관을 한국에 보내 경험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농업 개혁은 당초 정상회담 의제에 없었지만, 뉴질랜드행 특별기 내에서 가진 공식 수행원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강조해 새롭게 의제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농업 개혁에 관한 의지를 밝혔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사람들이) 돌아오는 농촌,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농업 개혁을 해야 한다. 단적인 예가 농업의 자율적인 경쟁력을 살려낸 뉴질랜드와 네덜란드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지금은 모두 기계로 농사를 지으니 요즘 60세는 모두 청년 아닌가. 농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게 고령화를 걱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농촌을 살리는 데는 여야도 좌우도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장 장관을 향해 “농림부 장관은 각료라고 생각하지 말고, 농촌 개혁 운동가라고 생각하고 일하라”고 말했다.

또 “농림부 장관이 왜 외교부 장관과 똑같이 넥타이에 양복을 입고 다니느냐”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 농업 개혁과 관련한 가시적인 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정부보조금을 없애거나 줄이는 뉴질랜드와 같은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 토양에 맞는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계 선수에 “차세대 우즈 돼라”=이 대통령은 한·뉴질랜드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선 “보호주의로의 후퇴는 보복의 악순환을 초래해 세계경제 회복을 늦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동포간담회에선 “해외동포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축하할 일인데 걱정이 있다. 한국 정치에 너무 관심을 가져 (교민들을) 정당인을 만들고, ‘어느 당 지지’ 하는 식이 되면 이민 사회에 갈등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농담을 했다.

키 총리 주최 만찬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유러피언 투어 조니워커 클래식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뉴질랜드의 한국계 ‘골프 신동’ 대니 리(19)를 만나 “차세대 타이거 우즈가 꼭 돼라”고 격려했다.

오클랜드=서승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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