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튼튼해야 …” 해외영업 나선 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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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이 품질을 보증하고 납품기일을 지키겠습니다.”

코오롱 구미공장의 김홍열(48) 노조위원장이 3일 일본 니가타현 조에쓰시에 있는 호시노사를 방문해 모토야마 상무에게 전달한 편지 내용이다. 호시노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안전벨트 원단을 만들어 공급하는 회사다. 코오롱은 안전벨트용 원사를 생산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점유율 3위 업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코오롱의 해외 영업사원들과 호시노를 새 거래처로 만들기 위해 이 회사를 찾았다. 국내 기업의 노조위원장이 직접 해외 거래처를 찾아가 영업 지원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노사 상생이라면 파업 자제와 임금 동결 정도를 떠올리는 수준이었다.

김 위원장은 편지에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원자재 값이 올라 많은 기업이 생존위기에 내몰리고 있지만 동종 업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해 더욱 인정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고객사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고, 납품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노조가 책임지고 품질과 납기를 준수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이미 거래하고 있는 국내외 130여 업체에도 발송했다. 그는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단순히 노사 상생에 그치지 않고 고객과 소통하는 노조로 변신하겠다”고 말했다. 배영호 코오롱 사장도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품질 보증과 납기 준수를 고객사에 강조함으로써 회사의 신망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 노조는 2004년 64일간 파업을 이어간 강성 노조였지만 2006년 김 위원장이 당선된 뒤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등 변신을 했다. 2007년에는 ‘항구적 무파업’ 선언을 이끌어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코오롱 구미공장 ‘원가 절감 태스크포스(TF)팀’ 팀장을 맡아 회사에서 제시한 76억원의 원가 절감 목표보다 69억원을 더 줄이기도 했다. 그는 “회사가 튼튼해야 고용이 보장되고 새로운 일자리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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