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먹거리 '소나기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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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찰청은 지난 9일 부정.유해식품사범 특별단속 시작 이후 1주일 동안 588건을 적발하고 633명을 붙잡았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3명을 구속하고 63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이번 단속이 자체 기획보다 이미 고발된 사건을 뒤늦게 처리하거나, 포장마차 단속을 실적에 포함시키는 등 불량 만두 파동을 의식한 여론무마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울산의 도축업자 이모(60)씨 등 2명은 2000년부터 지난달까지 인체에 해로운 중국산 공업용 송진을 사용해 잔털을 제거한 오리와 닭 등을 음식점에 납품해온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공업용 송진은 냄새가 심하게 나 방독면을 쓰고 작업을 할 정도였다. 지난 4년간 유해물질로 손질된 닭과 오리 50여만마리가 시중에 유통됐다.

박모(42)씨는 중국산 마른고추와 고추씨를 섞어 분쇄한 고춧가루를 국내산으로 허위 표시해 200t가량(6억원어치)을 판 혐의로 구속됐다.

정모(42)씨 등 2명은 자신들이 만든 건강식품을 "위염.위궤양.장염.소화불량.설사.황달 등에 효과가 있다"고 과대광고를 해오다 단속에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불량 만두 파문과 관련, 이달 초 유통 중인 만두제품 533종을 수거해 검사를 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식의약청은 2001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만두제품 314종을 수거 검사해 2종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YMCA 시민중계실 김희경 간사는 "식품안전은 일회성 집중 단속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분노한 국민 때문에 내놓은 전시행정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신근정 팀장은 "생색내기식 단속보다 이제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긴밀한 공조체계를 통해 안정적인 관리감독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갑작스러운 기획단속 지시에 허둥지둥대고 있다. 서울 한 경찰서는 단속건수가 9건이라고 보고했으나 구청단속에서 적발된 업소가 경찰에 고발된 경우다. 이 경찰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경찰서 관계자는 "지적재산권 집중단속 기간이 안 끝났는데도 상부에서 부정.유해식품 단속 지시가 내려왔다. 솔직히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해나가는 게 벅차다"고 말했다.

이철재.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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