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지사 사퇴에서 생각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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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는 18일 사퇴하겠다고 공식 표명한 이인제 (李仁濟) 경기도지사의 경우에서 우리는 두가지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는 정치인의 책임의식에 관한 문제다.

李지사가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면서부터 그는 지사와 정치활동의 두가지 일을 병행하는 입장이 됐다.

그러나 말이 병행이지 우리나라와 같은 풍토에서 병행이란 사실상 가능한 일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실제 李지사는 치열한 경선경쟁의 와중에서 도정 (道政) 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 자신 도의회에서 그 점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李지사로서는 도정을 제대로 챙길 수 없었던 기간을 6개월이나 끌고 출마할 경우의 사퇴시한 바로 하루전까지 지사직을 유지할게 아니라 가급적 초기에 깨끗이 물러남으로써 도정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였을 것이다.

그것이 자기를 뽑아준 경기도민에 대한 도리요, 공직에 임하는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또 생각할 일은 李지사처럼 단체장이 도중사퇴할 경우의 제도적 보완책이다.

조순 (趙淳) 서울시장의 경우와 같이 李지사가 사퇴한 후의 경기도지사는 정부가 임명한 행정부지사가 대리하게 된다.

민선체제가 느닷없이 관선체제로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처럼 잔여임기가 1년도 안남은 경우 보궐선거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후임 관선직무대리가 결정토록 돼있다.

중대한 제도의 미비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국회의 정치개혁특위가 이번 기회에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단체장과 부단체장을 러닝메이트로 한 직선방안, 궐위때엔 잔여임기에 상관없이 무조건 정식임기의 새 단체장을 선거하는 방안등, 미국의 예나 학계의견을 참고해 보완장치를 두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민선단체장의 중앙정치 진출을 나쁘다거나 막을 일로 보지 않는다.

다만 당사자들이 새로운 제도적 보완장치가 나올 때까지는 자기의 거취문제로 인해 자치단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는 책임있는 처신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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