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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언론인 포럼] 토론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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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시아 각국은 역사의 중심 축 (軸) 이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로 넘어오는 '아시아세기' 의 도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동트기 시작한 아시아의 시대를 앞두고 이 지역 언론의 사명과 역할은 무엇인가.

제2회 아시아 언론인 포럼에 참석한 언론인들은 성장하는 아시아경제력에 발맞춘 지역간 연대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상호 공존과 번영없이는 참다운 아시아 시대의 도래를 기대할 수 없으며 언론은 그 토대구축을 위한 아시아 각국간의 활발한 교류에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참석자들은 오는 21세기가 편협한 아시아인들만의 시대가 돼서는 안되도록 문명의 다양성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촉구했다.

▶그레고리 셰리던 = 소피 박사가 언급한 아시아의 부각현상에 대해 큰 인상을 받았다.

이는 국제 사회내에서 아시아의 주도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중국의 인권문제, 미얀마의 아세안 (ASEAN)가입등의 사안에 대해 아시아 각국이 서서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아시아 강대국뿐 아니라 싱가포르등 이 지역 중소국가들도 자신들의 메시지를 서구에 전달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과거 유일하게 대만만이 미국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해 왔다.

불행히도 다른 동북아 국가는 그렇지 못해왔다는게 사실이다.

다음으로 문화적 상호교류의 필요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문화적인 파급은 현시대의 필연적인 현상이다.

통신수단의 놀라운 발달로 각국의 고유문화는 빠른 속도로 각국에 전파되고 있다. 이는 각국의 문화에 상호 영향을 준다는 주목할만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아시아 지역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이같은 대세가 반드시 고려돼야 할 것이다.

▶청입셍 = 아시아의 번영과 관련, 이 지역 각국이 서로를 어떻게 파악하고 이해하는가가 중요하다.

레이건 대통령 당시 미국인들은 소련을 악의 소굴로만 파악했다.

본인이 일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그처럼 나쁜 고정관념이 없지만 아직도 극히 청결한 나라라는 단편적인 이미지에서 탈피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지난해 미국 여론조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불과 10%만이 이에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라틴춤이라는 어이없는 대답이 나오는등 나머지는 완전히 무지했다.

이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마저 외부세계에 대해 너무도 무관심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예다.

우리가 각나라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소피박사가 이야기 했듯이 다음 세기가 아시아의 세기가 돼서는 안되며 온 인류의 세기가 돼야 한다.

본인이 바라는 미래의 모습은 여러 축이 공존하는 세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황자오쑹 = 현재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아시안 밸류' 라는 개념은 현재 서구에서 비판받고 있으나 본인은 이것이 우리들의 사고속에 잠재해 있다고 생각한다.

21세기에 있어서 아시아의 언론은 이 지역내에 다양한 이익집단을 배양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현재 과학기술의 발달은 언론산업에 괄목할만한 영향을 끼쳤다.

언론사간의 경쟁이 격화된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매스미디어까지 참여,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정보혁명은 21세기 인류의 생활을 변화시킬 것이며 동시에 언론인들의 전문성을 고양하는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따라서 엄청난 규모의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 이를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적인 임무로 다가올 것이다.

이같은 정보혁명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아시아지역 언론의 협력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구엔 콩 쿠엔 = 소피 소장의 발언과 관련, 두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팍스 아시아나는 아직 달성된 것이 아니며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인 것이다.

이와함께 베트남을 포함한 이 지역의 개별적인 모든 국가의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들 국가가 팍스 아시아나의 제대로 된 일원으로 인정받고 활동키 위해서는 수십년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아시아의 문명에 대해 논의했으나 여기에는 종교문제등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안재훈 = 소피박사의 아시아 르네상스와 아시아 민족자결주의에 대한 코멘트가 인상적이다.

이와관련, '글로벌리즘' 과 '로컬리즘' 을 촉발하는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자 한다.

아시아의 인권문제는 서구 언론들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고 있는 사안이다.

아직까지 세계는 소수의 서방언론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권력을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에 따라 언론도 권력 주체가 원하는 기사를 쓰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하고 싶다.

▶모하마드 지아우딘 = 남부아시아 출신으로 이 포럼에 참석하게 돼 자랑스럽다.

세계무역기구 (WTO) 출범이후 세계 각국간의 장벽은 거의 허물어져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다른 한 방면으로는 소수 민족을 비롯, 소규모 집단의 고립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시아 언론은 이러한 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보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세가와 가쓰아키 = 통신 기술은 언론 보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인터넷이 언론에 미칠 영향력에 주목, 이 매체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연설은 인터넷을 통해 즉시 꺼내볼 수 있다.

인터넷이 특파원과 다름없는 역할을 하는 시대인 것이다.

본인은 인터넷이 대표하는 새로운 멀티미디어 시대가 아시아 언론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심도있는 분석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수산토 푸초마르토노 = 아시아 국가간의 협력을 논의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점이다.

원론적인 토론과 함께 구체적 실천 방안을 논의하는게 보다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고지마 아키라 = 민족주의와 상호의존의 균형감각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아시아에서는 아직도 많은 국가가 국가발전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때문에 민족주의를 강조할 경우 국수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은 국가간 상호의존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청입셍 = 미국과 아시아 특히 미국과 일본, 미국과 중국간의 관계가 다음 세기에 어떻게 전개되는가 하는 문제에 따라 아시아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현재 중국은 문호 개방이후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에는 중국이 자국 상품을 미국에 수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아시아를 경계하는 미국 언론의 목소리는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마이클 G 헤이스 = 지난 5년간 캄보디아에는 대만.싱가포르.한국등의 아시아 국가들이 많은 투자를 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캄보디아에 대한 영향력이 어느때 보다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의 르네상스' 가 도래할 것이라는데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레고리 셰리던 = 비정부기구 (NGO) 등 많은 국제기구들이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인권문제는 한 정권의 문제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인터넷 발달로 일부 집단의 특수 문화가 모든 사람들에게 보급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예를들어 흑인들끼리 정보를 교환키 위해 마련된 웹 사이트는 모든 사람들이 아무런 장애없이 접속할 수 있다.

흑인문화가 아무런 여과없이 다른 세계로 침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위성TV의 등장으로 아시아의 외딴 지역에서도 미국 TV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됐다.

한 지역의 문화가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펴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멕시모 V 솔리벤 = 필리핀은 과거 수백년간 스페인 통치하에 있다가 현재 미국 할리우드의 지배 아래에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외국 문화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곳이다.

비교적 대만이 미국등 서양 문화의 공세로부터 성공적으로 대처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같은 상황이 얼마나 더 갈지는 상당한 의문이다.

▶김영희 = 멕시모 발행인은 미국을 상대로 대만이 가장 적절한 정책을 펴왔다고 했는데 이 문제에 관한한 북한이 더욱 능숙하게 대처한 것 아닌가.

(장내 웃음)

▶구엔 콩 쿠엔 = 베트남의 현 실정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겠다.

베트남은 작은 나라지만 현재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보다 민주화되고 있다.

또 이같은 정치.경제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미디어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번 포럼을 통해 각국 미디어와의 교류를 확대, 베트남 언론의 발전에 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M 사라스 쿠레이 = 아시아의 부국들은 이 지역 빈국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빈부의 격차가 지속되는 이상 진정한 의미의 아시아 지역의 협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리원 = 동북아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 권력정치의 논리가 세계에 위세를 떨치고 있으며 군사적 대치로 인한 긴장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세계평화를 위한 경제.기술교류 협력을 절실히 원한다.

그리고 번영과 안정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확신감을 가지고 있다.

비록 아직 15억의 중국 인구가 빈곤상태에 있지만 현재 진행중인 시장경제중심의 개혁은 빈곤 탈피를 포함, 중국 미래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자신한다.

▶김영희 = 장시간 토의하느라 수고했다.

앞으로 한국문제에 대해 궁금한 사안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나 팩스로 연락해 달라. 중앙일보는 여러분들의 요구에 적극 응할 준비가 돼있다.

정리 = 남정호.박장희.김지선 기자

<참석자 명단>

▶그레고리 셰리던 (호주.오스트레일리안 국제부장) ▶마이클 G 헤이스 (캄보디아.프놈펜 포스트 발행인겸 편집인)

▶리원 (李文.중국 인민일보 해외판 총편집실 주임) ▶허량량 (何亮亮.중국 홍콩 문회보 주필)

▶수산토 푸초마르토노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포스트 편집국장)

▶고지마 아키라 (小島明.일본경제신문 논설주간) ▶하세가와 가쓰아키 (長谷川.일본 시사통신 편집국장)

▶사반코네 라츠모운트리 (라오스.비에티안 타임스 편집국장 대리)

▶D 체덴 이시 (몽골 뉴스 코퍼레이션 편집인) ▶모하마드 지아우딘 (파키스탄.데일리 던 편집인) ▶멕시모 V 솔리벤 (필리핀 스타 발행인)

▶청입셍 (싱가포르.스트레이츠 타임스 편집인)

▶M 사라스 쿠레이 (스리랑카.세일론 뉴스페이퍼 그룹 외신담당 편집인)

▶황자오쑹 (대만.中國時報 사장겸 편집인) ▶안재훈 (미국.라디오 프리 아시아 한국담당 국장) ▶구엔 콩 쿠엔 (베트남 뉴스 편집인)

▶누르딘 소피 (말레이시아 국제전략문제연구소장) 〈국가별 알파벳 순〉

▶금창태 (중앙일보 편집인)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최철주 (중앙일보 일본총국장)

▶문일현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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