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풍 앞둔 호남들녁 벼멸구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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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5일 장흥에서 보성율포로 가는 도로변의 논들. 금방 비가 내릴 듯 구름이 낮게 깔리고 바람이 불어 농약치기에 좋지 않은 날씨인데도 방제작업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삭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논에 들어가 벼포기를 헤쳐보니 밑부분에 벼멸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지난해 수준을 넘는 사상 최대의 대풍작을 바라보는 곡창 (穀倉) 호남들녁에 벼멸구 비상이 걸렸다.

중국등에서 태풍을 타고 날아온 벼멸구는 볏대의 아래에 살면서 즙을 빨아먹어 벼를 주저 앉히거나 알곡이 여물지 않게 해 수확량을 떨어뜨리는 해충. 전남도가 지난 2일 조사한 결과 지난해는 거의 없던 벼멸구가 화순.장성에서는 조사한 논의 37%에서 발견되는등 24개 시.군의 평균발생률이 19%에 이르고 있다.

과거 국지적으로 나타났던 것과 달리 올해는 모든 곳에서 고르게 발생, 농산당국을 더욱 긴장케 만들고 있다.

밀도도 포기당 최고 2백여마리가 붙어있는등 매우 높아 빨리 방제하지 않으면 극성을 부렸던 지난 83년, 90년보다 더 큰 피해가 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북지역 또한 지난달말 조사때 전체 15만여㏊중 7천여㏊가 발생, 지난해의 2천3백여㏊에 비해 3배로 증가했다.

벼멸구가 극성을 부리는 것은 태풍 피터와 위니등 잦은 저기압 통과로 예년의 평균 세번보다 많은 다섯번이나 중국등지에서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또 8월하순이후 기온이 예년보다 0.9도 높은 평균 26.2도의 고온을 계속 유지, 부화.번식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발생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미 방제한 논마저 일손부족으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노인.부녀자.부재지주 (不在地主) 등의 논에서 벼멸구가 다시 옮겨 붙는 악순환마저 빚어지고 있다.

전남도 박재순 (朴載淳) 농림국장은 "추석전에 완전히 방제하지 않으면 커다란 피해가 날 것" 이라며 "시.군에 특별지시를 내려 농민들이 벼 아랫부분까지 약이 닿도록 충분히 농약를 뿌리도록 독려중" 이라고 밝혔다.

광주.전주 = 이해석.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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