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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상권 창업 노하우] 주변 직장인 보면 차릴 음식점이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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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서울 잠실 샌드위치점 ‘퀴즈노스 서브’ 점원이 회의 때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을 보이고 있다.


오피스 상권은 주 5일 근무제 실시 이후 주말 매출이 줄어들면서 인기가 시들했다. 하지만 불황인 요즘 상대적으로 매출 감소가 덜한 곳으로 꼽힌다. 직장인들의 식사 수요가 받쳐주기 때문이다. 오피스가에선 주변 직장인의 연령층에 따라 잘되는 업종이 다르다. 그래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여의도는 금융과 대기업 본사가 있는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 외부에서 오는 고객이 적고 점심시간에 주로 손님이 몰린다. 러시아워에 효과적으로 영업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30~40대 남성 직장인이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분식집보다 반찬이 간소한 고급 음식이 잘 나간다. 여의도의 일본식 라멘전문점 ‘아부라’는 늦은 저녁시간에도 사케와 일본식 안주를 찾는 고객이 몰린다. 점심 메뉴는 세트 위주로 구성해 반찬 수를 줄이고 조리가 간단하도록 했다. 자연스레 테이블 회전이 빠르다.

서울 여의도에서 일본식 라멘 전문점 ‘아부라’를 운영하는 이석환씨가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고 있다.


잠실·강남 등 첨단 기업이 많은 지역에선 퓨전 음식이나 서양식 음식의 매출이 다른 오피스상권에 비해 높다.

◆관공서 밀집지에선 전통 음식이 강세=관공서가 많은 지역에선 한식과 전통 음식이 인기다. 광화문·종로 상권은 정부 기관과 기업 본사, 신문사, 외국계 기업, 금융기관, 대사관 등이 들어찬 국내 최대 오피스가다.

종로구 다동에서 찌개전문점 ‘찌개애감동’을 운영하는 조은희(40)씨는 다니던 회사 근처에서 자영업을 시작했다. 그는 “종로는 중장년층 직장인의 비율이 높아 전통 음식점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조씨는 2005년 12월 3억2000만원을 들여 82㎡ 규모 매장을 열었다.

초기부터 중장년층 고객 확보에 중점을 뒀다. 동동주를 무료로 주고 경품이나 쿠폰 이벤트를 꾸준히 펼쳐 단골을 확보했다. 저녁에 세트메뉴를 주문하면 소주를 싸게 주는 행사도 했다. 조씨의 점포는 월 43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종각에 있는 삼겹살전문점 ‘떡쌈시대’ 본점은 원래 여성고객 비중이 컸다. 하지만 인근 상권의 특성을 살린 메뉴를 추가해 중장년층 직장인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점심 메뉴는 5000원짜리 김치찜·부대찌개·두루치기·해물김치칼국수 등이다. 밥은 무제한으로 준다.

이 점포 김희철 대리는 “삼겹살집이라 점심 매출이 10~20%에 불과하지만 저녁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점심 장사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IT 기업 상권에선 분식집=IT 기업에 종사하는 20~30대 직장인 6만~7만 명이 운집한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는 2005년부터 부상한 오피스 상권이다.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오피스 타운답게 빌딩마다 지하에 구내식당이 있다. 구내식당의 점심 가격이 4000원 선이라 비싼 음식에 대한 저항이 심하다. 저렴하고 간단히 즐기는 분식전문점이 성과를 낸다.

전통국수와 분식 메뉴를 갖춘 ‘명동할머니국수’를 운영하는 정영우(41)씨는 아침엔 2500원짜리 북어해장국으로, 점심엔 분식과 두부국수로 승부를 걸었다. 정씨는 “김밥이나 김치볶음밥을 주문하면 두부국수를 덤으로 주고 양이 많은 손님에겐 밥과 국수를 무한 제공한다”며 “식사료는 4000원”이라고 말했다. 미리 국수를 삶아둬 음식을 주문하면 2분 이내에 식사가 나가게 해 테이블 회전 수를 높였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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