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노모…제5선발로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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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일본의 자존심' 노모 히데오가 휘청거리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출신의 노모는 95년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그에 '토네이도 (회오리바람)' 를 몰고 온 우완 정통파 투수. 특히 팀 동료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자주 비교되며 일본과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투수다.

독특한 투구폼으로 인해 '토네이도' 란 별명을 얻은 노모는 95년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차지하며 '노모 매니어' 를 일으켰다.

올해도 다저스의 에이스 자리를 다툴 것으로 기대됐던 노모는 그러나 정규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든 현재 '제5의 선발투수' 로 추락해버렸다.

3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도 5와 3분의1이닝동안 8안타 5실점 (5자책점) 했으며, 전매특허였던 탈삼진도 메이저리그 통산 최저인 1개에 그쳤다.

현재 기록은 13승10패. 무엇보다 방어율이 무려 4.15에 이르고 있다.

40년동안 다저스의 중계방송을 맡아온 유명 아나운서 빈 스컬리도 이날 경기가 끝난뒤 "노모는 제5의 선발투수가 돼버렸다.

현재 다저스의 에이스는 분명히 박찬호다.

올시즌 개막할 당시를 회상하면 찬호와 노모의 자리가 바뀌어버린 셈" 이라고 말했다.

노모가 갑작스럽게 추락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포크볼의 위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타자를 요리하기 위한 유인구로 직구를 썼고 승부구로는 포크볼을 구사했다.

그러나 타자 몸 근처에서 30㎝가량 뚝 떨어지던 '노모의 포크볼' 이 최근엔 절반도 낙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직구의 구속이 떨어졌다는 것. 노모의 직구는 메이저리그 우완 정통파 투수의 기본요건인 시속 90마일 (1백4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나마 박찬호의 직구처럼 자연 변화를 일으키지도 않고 밋밋하게 일직선으로 날아든다는 것이다.

이 점을 간파한 상대타자들은 포크볼 대신 직구를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고 포크볼마저 낙차가 줄어 쉽게 공략당하고 있다는 분석. 그러나 이같은 기술적인 면보다 더 큰 문제는 노모의 고집이다.

노모는 일본에서 위력을 떨쳤던 자신의 능력을 과신, 다저스 코칭 스태프가 끈질기게 권유해온 '세번째 승부구' 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

그의 에이전트 돈 노무라도 세번째 공을 개발하라고 종용하다 불편한 사이가 됐을 정도다.

단조로운 투구 패턴이 결국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공략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노모를 취재해온 일본 언론 사이에선 벌써부터 "올해 포스트시즌엔 노모가 선발로 나서지 못할 것같다" 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LA지사 = 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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