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크린기행]13.몽골 테렐지 국립공원 (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몽골은 바람이었다.

왼손에 말고삐를, 오른손엔 활을 들고 한때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거침없이 달리던 질풍노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동북쪽으로 1백10㎞ 떨어진 국립공원 테렐지. 이곳에선 아직도 그 바람의 '기' (氣)가 느껴진다.

싱싱한 바람이 해발 1천3백의 대초원을 쓰다듬으면 풀은 일제히 머리를 숙인다.

지난날 칭기즈칸의 위엄앞에 세상이 그랬던 것처럼. 바람이 실어오는 것은 하늘이다.

테렐지초원에서는 하늘이 유난히 크고 파랗다.

고개를 한껏 젖히고 3백60도 빙그르르 돌아야 테렐지의 하늘이 가장자리를 겨우 잇는다.

세상의 너비를 깨닫기 위해 소년 테무진 (칭기즈칸의 아명) 도 여기 섰으리라. 지난 95년1월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세계사를 움직인 인물중 첫번째로 풍운아 칭기즈칸 (1162?~1227) 을 꼽았다.

아직까지 따로따로인 동양과 서양을 일시적으로나마 묶었던 인물로서는 그가 유일하다.

기마민족의 피해자들인 서양이 그를 희화화하고 중국이 오랫동안 그를 야만시했을 뿐이다.

칭기즈칸에 관한 영화는 많다.

서부극 스타 존 웨인이 메기수염을 달고 테무진 행세를 하는 얼치기 코미디까지 있었다.

하지만 진짜 칭기즈칸 영화는 그의 탄생 8백30주년을 기념해 92년 이곳 테렐지에서 촬영됐다.

연인원 20만명이 동원된 2시간20분짜리 대작 '징기스칸' (원제 '영원한 하늘아래' .감독 (벡지인 바르지냠.작은사진).주연 (아그반체렌긴 엔크타이반).제작 (롬보인 제네메데르) 을 모두 몽골인이 맡은 본바닥 영화로 국내에서도 개봉 (93년8월) 돼 관심을 모았다.

비디오 (미디아트 출시) 로도 나와있다.

특히 한꺼번에 말 6만마리가 쏟아져 나오는 초원의 전투장면이 압권. 테렐지강은 지난날 전세계를 호령하던 '중원' 이었으나 지금은 인기있는 관광지로 변했다.

95년 몽골을 찾은 해외관광객이 총 15만명. 이중 대부분이 테렐지를 찾았다.

몽골 전통의 이동가옥인 '게르' 에서의 숙박과 작지만 다부진 몽골말 승마가 이곳의 관광자원이다.

"하늘에서 별이 빨갛게 쏟아지데. " 원로화가인 오승우화백 (67.예술원회원) 은 '게르' 에서 보낸 몽골의 하룻밤을 이렇게 표현했다.

회사원 정성진 (여.27) 씨는 "초원과 자작나무 숲에서의 승마는 오랫동안 못잊을 것" 이라고 말했다.

현지 관광업체인 줄친사의 델게르수렌 (63) 사장은 "몽골이야말로 지구상 유일의 유목.승마관광지" 라고 자랑한다.

지난해 몽골에서 승마를 즐긴 한국관광객이 불과 2백명. 그러나 올해 7, 8월 한달새 4백명으로 늘었다.

내년에는 1천여명이 될것으로 보고있다.

통일신라 이후 말안장에서 내려버리긴 했으나 한국도 왕년엔 기마민족이었다.

우리 원래 고향이 이 드넓은 초원이었다.

테렐지 (몽골) =임용진 기자

몽골리아인민공화국

넓이 : 1백56만㎢ (한반도의 8배)

인구 : 2백50만명 (가축2천80만두)

시차 :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림

화폐 : 투그릭과 미국달러 겸용 (1백투그릭=1백10원)

관광지 : 테렐지국립공원. 울란바토르. 고비사막. 카라코럼

초원승마 : 2시간에 5~10달러

항공편 : 서울~울란바토르 주2회 왕복 (3시간소요) 문의 : 모아여행사 (02 - 544 - 9911)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