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줌인]MBC '사랑과 이별' 김창기역 최민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영화 '넘버3' 에서 조직 폭력과 맞서 싸우는 마동팔 검사는 독특하다.

욕을 늘 입에 달고 다니고 걸핏하면 주먹을 휘두르는, '깡패보다 더 깡패같은' 검사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솔직히 죄가 무슨 죄가 있냐. 저지르는 사람이 x같은 놈이지. " 라는 마동팔. 그는 상스럽지만 정의감만은 철철 넘치는 검사다.

그 정의감은 94년 MBC '서울의 달' 의 우직한 시골총각 춘섭에게서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두 역을 모두 맡았던 배우 최민식 (36) 은 "마동팔역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고 말한다.

그가 정작 "산모의 고통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표현하는 역할이 있다.

지금 방송중인 MBC 아침드라마 '사랑과 이별' (월~금 오전9시) 의 김창기역이 그것이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창기는 아내와 이혼한 뒤 7살바기 아들 동천이를 홀로 키우며 살아간다.

"저는 아이가 없거든요. 아이가 놀이터에서 넘어져 다쳤는데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전혀 모르겠는거예요. " 자신의 역에 대한 고민으로 요즘 그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다.

밤늦게 촬영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 다음날 대본을 보며 연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에 골몰하다보면 어느새 아침을 맞는다.

SBS 시트콤 '미스미스터' (월~금 저녁7시30분) 까지 2개 프로그램에 출연하다보니 그런 생활이 매일 반복된다.

'미스미스터' 도 그다지 쉽게 소화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피곤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코믹 연기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럴땐 촬영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아무나 붙잡고 큰소리로 웃고 떠들어요. 1시간쯤 지나면 비로소 연기할 기분이 됩니다. "

3년전 중앙일보가 만난 '서울의 달' 의 '춘섭' 은 "연기는 끝이 없다" 고 말을 맺었다.

지금도 그는 "연기란 끝없는 고통의 연속이란 것을 느낀다" 고 한다.

그러나 그런 연기자로서의 고통은 훌륭한 '변신' 이라는 성공을 낳았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런 의문을 갖는다.

"마동팔.창기.민식 중에 도대체 누가 진짜 최민식의 모습일까?"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