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라운지] 기내 몰래 흡연 ‘꼼짝 마’… 화장실 곳곳 첨단장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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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김포에서 출발한 김해행 항공기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 여대생 A씨(23). A씨는 승무원에 의해 적발돼 김해에 도착하자마자 공항경찰대로 넘겨졌고 50만원의 벌금을 물고서야 풀려났다. A씨는 경찰에서 “인터넷에서 화장실 변기 안에 머리를 박고 담배를 피우면 걸리지 않는다고 해 장난삼아 피워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A씨처럼 비행기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04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내에서 8명이 담배를 피우다 적발됐다. 지난해에는 17명으로 늘었다. 대부분의 흡연자가 화장실을 애용했다. A씨처럼 변기 안에 연기를 내뿜은 뒤 물을 내리면 강한 압력으로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인터넷엔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기내에서 담배를 몰래 피우는 데 성공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항공사 측은 “대부분이 거짓”이라고 일축한다. 기내 화장실에 흡연자를 잡아내는 첨단 장치가 곳곳에 숨겨 있어 몰래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먼저 화장실 천장에는 ‘스모크 감지기(Smoke Detector)’가 달려 있다. 당초 목적은 화재 감시였지만 최근엔 연기가 피어 오르면 즉각 소화 기능이 작동하게 돼 있다.

또 변기 근처에는 화장실의 산소량 변화를 감지하는 ‘이온 측정기’가 붙어 있다. 담배 연기가 발생해 산소량이 줄고 이산화탄소량이 늘면 부저 소리가 크게 난다. 세면대 밑의 휴지통에도 일정 온도(70~80도)가 넘으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소화기가 있다. 몰래 담배를 피우거나 휴지통에 급히 담뱃불을 버렸다간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쓰기 십상이다.

항공기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태형에 처한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외국인이 기내에서 흡연하면 추방하기도 한다.

흡연은 동승객에게 해를 끼친다. 기내 공기는 외부에서 흡입하는 게 아니라 비행기가 이륙할 때 실내에 차 있던 공기를 비행 중 3~4분 간격으로 순환시켜 공급하기 때문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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