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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마의 4개월 시작” 정가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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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이 본격적인 ‘정치 시즌’에 돌입했다.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3일부터 잇따라 열린다. 시짱(西藏:티베트) 봉기 50주년, 파룬궁(法輪功) 시위 10주년, 5·4 청년운동 90주년, 6·4 천안문(天安門) 사태 20주년 기념일이 향후 4개월 동안 줄줄이 이어진다. 중국 외교가에선 민감한 정치 기념일이 이어지는 이 기간을 ‘마(魔)의 4개월’이라고 부른다. 중국 외교 소식통은 1일 “올해는 특히 주요 정치적 사건들이 모두 10주년, 20주년, 50주년을 맞기 때문에 상당한 정치적 소요도 예상된다”며 “중국 당국이 이번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정치적 불안을 막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을 책임자로 ‘사회 안정 특별대책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불법행위는 엄벌한다는 강경한 방침이어서 적잖은 마찰과 충돌이 우려된다.

◆최대 정치 시즌 개막=11기 전인대 2차 전체회의가 5일부터 약 2주일간 베이징에서 열린다. 3일부터는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 성격의 11기 정협 전국위원회 2차 회의가 역시 베이징에서 개막한다. 중국에선 매년 봄 한 차례씩 열리는 양회(兩會:전인대와 정협)를 기점으로 중국의 주요 정치 이슈들이 활발하게 논의된다. 올해 전인대의 최대 화두는 경제 살리기다. 올해 경제성장률 마지노선을 8%로 정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4조 위안(약 800조원)의 내수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자동차·철강·물류·장비 등 10대 산업을 선정해 대대적인 지원 육성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제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2000만 명의 농민공과 대졸 미취업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도 이번 전인대의 핵심 현안 중 하나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공직자의 부정부패 척결 방안도 마련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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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반중 행사’=3월 10일은 중국 지배에 반발한 티베트인들이 봉기한 지 50주년이다. 이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지난달 “중국의 지배에 맞서 티베트인들의 저항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3월 대규모 반중 시위를 벌였던 티베트인들은 지난달 25일 티베트식으로 새해를 맞아 이날을 ‘티베트 시위 희생자 애도 기간’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4월에는 쓰촨(四川)성의 티베트인 거주지에서 티베트 승려가 분신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4월 25일은 기공 수련의 일파라고 주장하는 파룬궁의 수련자 1만여 명이 중국 최고 지도부 집중 거주 지역인 중난하이(中南海)를 에워싸고 시위를 벌인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파룬궁을 사교집단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으로 탄압했다. 파룬궁을 창시한 리훙즈(李洪志·59)는 미국으로 망명해 해외에서 활발한 반중 활동과 시위를 벌이고 있다.

5월 4일은 1919년에 일어난 5·4 청년운동 90주년 기념일이다. 당시 지식인들은 민주와 과학을 기치로 근대적 계몽운동을 전개했다. 지난해 12월 세계 인권 기념일을 맞아 중국의 지식인들은 중국 정부에 대해 다당제와 삼권분립을 갖춘 서구식 민주주의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라고 촉구해 파문이 일었다. 이들은 ‘08 헌장’이란 강령성 문건을 만들었고 중국 당국은 주동자를 체포했다.

마지막 고비는 천안문 사태 20주년인 6월 4일이다. 이미 해외에 거주하는 천안문 사태 피해자 가족들은 중국 정부에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중국식 정치체제의 장점을 강조하며 서구식 민주 개혁을 일축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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