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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 천룡, 에이태킴스 다 합해도 北 10% 수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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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 04면

2월 25일 위성 촬영된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대. ①미사일 조립장 ②발사 통제소 발사대. 로이터=연합뉴스

“2006년 7월 5일 새벽 3시 이후 7발의 북한 미사일이 깃대령 기지에서 이동 발사대를 통해 30분쯤의 간격으로 발사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는 첫 발사 20분 뒤 미국의 통보로 이 사실을 알았다.”(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안보통일연구부장)
이 말은 현재 남한 미사일 전력의 문제를 압축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도조차 못하게 할 만큼 억제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미사일 발사 정보를 독자적으로 확보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전쟁이 나도 북한 미사일을 선제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북한은 세 번째 장거리 미사일 실험준비…한국의 공격 전력은

이 때문에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해 군 일각에서는 정부의 ‘미사일 전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군이 남북 미사일 화력 평가를 한 결과 ‘남한이 북한의 10% 수준’이라는 심각한 불균형 상태가 나타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 부분에서 남한은 사실상 북한에 속수무책”이라며 “군도 문제점을 알지만 무기력하다”고 꼬집었다. 윤 부장도 “북한 미사일 같은 ‘절대 무기’ 앞에서 남한의 재래식 전력은 무의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순항 미사일 개발, 패트리엇 미사일 도입 같은 첨단 전력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왜 이럴까.

북한에는 사거리 순으로 프로그·스커드·노동·대포동 미사일이 있다. 프로그는 단거리용이고 대포동은 사거리가 2500㎞ 이상인 장거리여서 미국·일본용이다.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인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은 두 개 사단으로 편제돼 있다. 1개 사단은 사정거리 340~550㎞인 스커드-B(북한 이름 화성 5호)와 스커드-C(화성 6호) 600기로 무장했다. 다른 사단엔 사거리 1300㎞인 노동 1호 200여 기가 있다. 여기에 최근 국방백서가 소개한 신형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이 포함될 수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사거리 2500~4000㎞인 IRBM은 오키나와와 괌의 미군 기지를 겨냥하는데 이 기지는 유사시 한반도 증원과 관련이 있어 결국 대남용”이라고 말했다.

남한은 2006년 10월 창설된 한국의 유도탄 사령부가 보유한 탄도탄 미사일인 현무-2, 3과 천룡 등을 개량한 순항 미사일로 대응한다. ‘K-2’로 통하는 현무-2는 개발 15년 만인 1987년 실전 배치된 한국 최초의 지대지 미사일이다. 보급 대수는 비밀이지만 500여 발 생산됐다는 관측이 있다. 문제는 180㎞인 사정거리다. 북한의 방사포를 각오하고 휴전선에 바짝 붙어 발사해도 평양에 못 미치고 북한 전역 타격은 어림도 없다. 그래서 K-3 미사일이 등장했다.

98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로 후폭풍이 심해진 뒤 한국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 사거리를 연장했다. 이에 근거해 개발된 미사일이 K-3으로 통하는 사정거리 300㎞ 현무-3이다. 100여 발이 실전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긴 사거리를 가진 탄도 미사일은 없다. 북한 내 300㎞ 북쪽을 타격할 수 있는 남한 탄도 미사일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한다. 짧은 사거리만이 아니다. 북한은 미사일 기지를 산악의 북쪽 사면에 집중 배치, 남에서 올라오는 탄도 미사일 공격에서 벗어나 있는 것도 문제다. 양강도 영저동의 미사일 기지는 중국 쪽 경사면을 향해 있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사거리 1000㎞인 크루즈 미사일 천룡과 현무-3의 변형 미사일 등 순항 미사일이 등장했다. 그러나 언제 실전 배치될지 분명치 않다. 군 관계자는 “양산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현무로는 지하 미사일 기지 파괴가 어렵고, 스커드 발사대가 계속 이동해 잡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첨단 관통형 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도 100여 발 도입됐다. 그러나 에이태킴스의 사거리는 여전히 300㎞에 그친다.

요컨대 공격 부문에서는 300㎞ 사정거리의 현무-3 탄도 미사일 100여 기와 에이태킴스 100여 기가 사정거리 340㎞ 이상인 스커드·노동 800여 기와 겨루는 형세다. 남한 미사일은 평양 이북에 즐비한 미사일 기지를 손도 못 대는데 북한은 제주도까지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스커드의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하지만 외교부 고위 당국자, 군 관계자 모두 “스커드는 핵탄두를 장착하거나 생화학 탄두를 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서운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방연구원 현안연구위원회 김태우 위원장은 “지금껏 공격 미사일엔 투자가 적고 방어에 비중이 컸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라며 “방어와 억제적 공격력에 균형을 이뤄 북한과의 미사일 갭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억제를 위한 미사일 전력 확보가 1단계이며 방어가 2단계라는 것이다.

다른 군 관계자는 “차제에 ▶현무-3 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을 대량 생산하고 ▶미국과의 사거리 재협상을 통한 북한 미사일 대응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17대 국회 국방위 간사를 했던 황진하(한나라당) 의원도 “북한 미사일의 위협이 커지면서 현무-3 같은 미사일을 좀 더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당연히 대두된다”며 “북에 ‘되로 주면 말로 받는다’는 점을 알릴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국방연구원의 안보전략센터 차두현 박사도 “북한에 공격하면 망한다는 인식을 주게끔 ‘공포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탄도 미사일을 추가 개발하고 순항 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늘려 화력을 강화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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