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처럼 공부해 일본 취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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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힘들었지만 경제가 어려운 때에 일본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돼 가슴이 설렙니다.”

단국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준근(30·사진)씨는 이달 말 일본 도쿄로 떠난다. 1월 한국을 찾은 일본의 P네트워크사 인사 담당자와 면접을 본 뒤 합격했다. 연봉은 한국 대기업 수준이다. 이씨는 지난해 2월 졸업을 전후로 국내 대기업 몇 곳에 원서를 냈지만 뜻대로 안 됐다. 맘속에는 일본행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06년 영국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 만난 일본인 친구 얘기를 듣고 일본행을 준비해 왔다. 이씨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한국보다 강하고 주말이 확실히 보장돼 일본 IT 기업에 취직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졸업하자마자 이씨는 고3 같은 생활을 시작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가 개설한 ‘정보기술(IT) 마스터’ 과정에 등록했다. 1년 동안 IT 프로그램·일본어와 싸웠다. 오전 6시에 집을 나서 오후 11시에 귀가했다. 매일 IT 관련 수업을 4시간 듣고 일본어를 2시간 넘게 공부했다. 주말에는 일본어 회화에 매달렸다. 취직한 친구들이 주말에 술을 사겠다고 찾아오기도 했지만 점심만 먹고 돌려보냈다. 그는 “매일 13시간 넘게 계속되는 수업과 각종 프로젝트로 녹초가 됐지만 일본 취업이라는 목표가 있어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정보기술 마스터 과정을 이수한 15명 중 13명이 국내외 기업에 취업했다. 6명은 일본 IT 기업에 취직했다.

한성대 국문과를 졸업한 한희경(27)씨는 요즘 짐 정리로 바쁘다. 이달 말부터 일본 도쿄에 있는 큐브시스템에서 일하게 된다. 한씨는 한 달에 22만 엔(330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2~12월 호서대 HRD센터의 해외IT취업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한씨는 “IT를 전공한 사람도 진도 따라가기 벅찬 과정이었다. 문과를 졸업한 탓에 프로그램 수업이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10개월 동안 C언어·데이터베이스·자바스크립트 등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일본 IT업체에서 4일간 인턴을 했다. 그는 “일본에 대한 작은 관심이 취직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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